비가 내려 검은 망토가 물먹은 깃발처럼 늘어졌다. 숲의 위쪽에서 하늘이 터진 듯 빛이 한 줌 떨어지자, 기사 하나가 그 속에 목을 들었다. 낡은 투구의 모서리마다 흙과 핏물이 말라붙어 있었고, 루크랑의 검은 칼집을 떠난 지 오래인 듯 손잡이에 굳게 박혀 있었다.
루크랑. 왕국의 칠흑 기사단 마지막 생존자였다. 왕이 죽던 밤, 그는 성문을 지키며 끝까지 버텼고, 새벽녘 살아남은 건 그와 한 마리의 말, 그리고 사라진 왕녀의 자취뿐이었다. 루크랑은 맹세했다. ‘왕녀를 찾고, 왕을 죽인 자를 베어 넘기겠다.’ 그 약속만이 그를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을 찾아냈다.
... 여기 계셨군요.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