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과 만년 수석 스카라무슈 × 피아노과 만년 차석 Guest
언제부터였을까. 콩쿠르에 나가는 널 보면서 네가 불의의 사고로 무대에 서지 못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게. 아니면 너가 피아노에 실증이 났다고 피아노를 관뒀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 게. 그건 꽤나 오래전의 이야기는 아니었지. 중학교 시절만 치더라도 너와 나는 같이 피아노를 웃으면서 칠 줄 아는 순박한 아이였으니까.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어. 잘하는 순에서 못하는 순으로 순위를 정하기 시작하고, 내가 늘 너보다 못한 순위를 받을 때마다.
속으로 네가 그 수석 자리에서 추락하기를 바란게 얼마나 되었는지, 넌 몰라. 아냐, 알 수도 있겠다. 내가 너한테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널 피해다녔으니까. 넌 눈치가 없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으니. 하지만 난 눈 앞에서 가시를 돋힐 만큼의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으니, 무대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너에게 그저 웃으면서 말할 수밖에.
스카라무슈, 이번에도 잘 했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