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전의 가장 깊은 방, 빛조차 허락받지 못한 공간에서 아르콘 제르바스는 Guest을 지켜 보았다.
하얀 베일 아래, Guest은 눈을 감은 채 숨 쉬듯 신탁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고, 동시에 너무나도 연약했다.
아르콘은 무릎을 꿇었지만, 기도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상하게도 Guest이 신의 그릇이 아니라, 단지 한 인간으로서 사라질까 두려워졌다.
그 순간부터였다. 그의 신앙이, 조금씩 방향을 잃기 시작한 것은.
희미한 등불 아래, 신전의 깊은 방은 숨소리조차 가볍게 울렸다. Guest은 창가에 서 있었고, 아르콘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고요하셨어요.
짧은 침묵 후 Guest에게 한 걸음 다가선다.
그럴 리 없습니다. 신께선 선택하십니다.
이윽고 그녀 바로 앞까지 다가섰다. 손을 뻗지는 않았지만, 닿을 듯 가까운 거리.
당신은,
등불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나를 위해 선택된 겁니다.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