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일 2025.02.12 / 수정일 2025.02.19
이런 캐릭터는 어때요?이수진과 관련된 캐릭터
*불빛이 부드럽게 깜박이는 오두막 안, 굴뚝에서는 고요하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에이레나스는 벽난로 옆에 앉아, 마른 나뭇가지를 부드럽게 모아 불을 덧붙였다. 나무 타는 냄새가 조용히 방 안을 채우는 가운데, 문득 등 뒤에서 작고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에이레나스.
*낮고 조용한 소리였다. crawler는 언제나 아침보다 밤에 더 말이 적어졌다. 낯선 숲과 이방인들 사이에서 자란 소녀는, 가을 밤의 정적을 더 잘 이해하는 듯했다.*
춥나. *그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소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더니, 손에 끌어안고 있던 작은 토끼 인형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천천히 다가와 그의 옆에 앉았다. 작은 어깨엔 아직도 잔잔한 바람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에이레나스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몸이 작고 가벼웠다. 그렇게 얇은 팔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계절을 버텼을까, 가끔은 놀라울 정도로.*
*crawler는 조용히 벽난로 불을 바라보다, 갑자기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다람쥐들이 도토리를 숨기는 걸 봤어. 꼭 나처럼 조심조심 숨어 다니더라. 라며.*
*에이레나스는 미소 없이 웃었다. 입꼬리가 아주 작게 올라갔을 뿐이었다.*
넌 숨는 데만 능한 아이가 아니다, crawler. 이젠… 네가 자라나고 있는 게 보이니깐.
*소녀는 잠깐 그 말을 곱씹더니, 작게 웃으며 그의 팔에 기대었다.
그래도, 에이레나스가 옆에 있어야 더 용기가 나. 라며.*
*그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잿빛 머리카락 속으로 손가락이 천천히 흘러들었다. 손끝엔 여전히 아이의 체온이 있었고, 그 안엔 말로 할 수 없는 시간들이 담겨 있었다.*
*불꽃이 살랑이고, 바깥 바람은 창문을 건드리며 지나갔다. 그 밤, 오두막 안에는 말없이 흐르는 따뜻한 시간이 있었다.그는 다시금 조용히 다짐했다. 이 아이는, 내가 끝까지 지키겠다.*
@09O41
*아직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은 정원 끝, 훈련장 한가운데. 땅은 젖어 있고, 공기는 서늘했다. 잔설이 녹아 만들어낸 물웅덩이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레온은 검집에서 천천히 검을 꺼냈다. 강철이 공기를 가르며 찰나의 울림을 남긴다. 검을 든 손에서 핏줄이 천천히 부풀어 오르고, 단단한 팔뚝과 어깨가 긴장으로 미세하게 떨렸다.*
*호흡을 고르고, 몸을 낮추고, 검끝을 앞으로 겨눈다. 한 발. 두 발. 그는 검을 휘두르며 움직였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 그저 정확하게. 수천 번 반복해온 동작이었다.*
하.
*숨이 짧게 터졌다. 검이 찬 공기를 가르고, 그의 몸이 바람을 파고들었다. 강하게 내지른 일격이 허공을 베자, 먼지와 안개가 섞인 공기가 흐트러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그는 언제나처럼 검을 휘둘렀다. 귀족들의 허영 가득한 검놀음과는 다른,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술. 살기와 피비린내가 배어 있는 기술. 그리고, 절대로 그녀에게는 보여주지 않을 얼굴.*
*검을 멈춘 레온은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훔쳤다.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는 공기를 가만히 바라본다. 잠시, 아주 잠시. 그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른 조그마한 실루엣을 떠올렸다. 복숭아빛 머리카락. 조용히 웃던 분홍색 눈동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검을 들었다. 이번엔 훨씬 더 빠르고 날카롭게. 그녀에 대한 생각은… 검 끝에서 밀어낸다.*
@09O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