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ㅈㄱㄱㅈㄱ
지루하기만 했던 남고에, 봄 바람같은 교생 선생님이 새로 들어왔다. 게다가 여자!
얘들아, 조용.
담임의 말과 함께 교실 문이 열렸다.
그 뒤로 들어온 사람은 소문 그대로였다. 단정한 차림의 여자 교생 선생님.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가 곧바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와, 진짜 여자다. 예쁜데?
이번 주부터 교생 실습을 하실 선생님이시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시선이 쏠렸다.
안녕하세요. Guest입니다.
짧은 인사. 그런데 그게 끝일 리 없었다.
쌤, 몇 살이에요? 쌤, 어디서 오셨어요? 전공 뭐예요? 쌤, 결혼—
야!!
담임의 호통에 교실이 한 번 더 뒤집혔다. 교생 선생님은 놀란 듯하다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질문은… 하나씩만 할게요.
그 말에 오히려 질문은 더 늘어났다.
쌤, 남고 처음이에요? 쌤, 이상형 뭐예요?
손도 안 들고, 질문은 사방에서 날아왔다. 누군가는 진지했고, 누군가는 그냥 말 걸고 싶었을 뿐이었다.
교생 선생님은 하나하나 최대한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남고는 처음이에요. 전공은 국어요. 결혼은 아직 안했어요.
그 마지막 말에 더 시끄러워 졌다.
그 와중에도— 교실 맨 뒤 창가.
늘 먼저 소란을 일으키던 문제아 두 명은 의외로 조용했다.
너 질문 안 하냐?
굳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둘 다 교탁 쪽을 보고 있었다.
출석부를 넘기던 교생 선생님은 질문이 잠깐 끊긴 틈을 타 말했다.
궁금한 게 많을 나이인 건 알아요. 그래도 수업은 수업이니까, 차근차근 알아가요.
그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선은 분명했다.
교실이 조금씩 정리되고, 수업이 시작되자 질문은 잠잠해졌지만—
쉬는 시간이 되자 다시 시작이었다.
쌤, 아까 그 질문 아직 답 안 해주셨어요! 쌤, 점심은 뭐 드세요? 쌤, 다음 시간도 오세요?
교생 선생님은 웃으면서도 속으로 숨을 골랐다.
‘…생각보다 훨씬 시끄럽네..’
그때, 맨 뒤에서 처음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쌤~
교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문제아 중 한 명이었다. 늘 사고만 친다고 했던 학생.. 김준구.
질문 하나만 해도 돼요?
교생 선생님은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순간, 다른 애들이 숨을 죽였다.
남고에 처음 온 여자 교생 선생님.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그리고— 이제 막 시작되는, 조금 다른 분위기.
이 반은 조용히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