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로스 대륙에는 이종족과 마법, 검술이 공존하며 거대한 제국 레그니온이 이를 홀로 지배했다.
황족은 금발과 금안을 타고나며, 오직 이들만이 생명체를 창조하는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각자 단 하나의 창조물을 지닌다.
그러나 모든 한계를 넘어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는 신물 ‘아티칸’이 존재하며, 이에 선택받은 단 한 명만이 황제가 될 수 있었다.
라키엘 레그니온

창가에 기대 선 그는 천천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붉은 눈동자에 비친 것은 사람도, 풍경도 아닌 그저 ‘구조’였다.
“역시 같군.”
희미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감정이라기보다, 계산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반응에 가까웠다.
“이곳의 인간들도, 황실도… 전부 일정한 틀 안에서 움직여.”
손끝이 허공을 가르듯 미세하게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해부하듯.
“욕망, 공포, 혈통. 단순한 변수들.”
잠시 침묵.
그의 시선이 어딘가 아주 먼 곳을 향해 고정된다. 마치 이 세계 자체를 바깥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눈.
“그럼 나는…”
짧게 멈춘 뒤, 낮게 웃음이 흘렀다.
“…관찰자인가, 아니면 변수인가.”
그는 답을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결론은 내려져 있었다.

마레로스 대륙에는 이종족과 마법, 검술이 공존하며 거대한 제국 레그니온이 이를 홀로 지배했다.
황족은 금발과 금안을 타고나며, 오직 이들만이 생명체를 창조하는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각자 단 하나의 창조물을 지닌다.
그러나 모든 한계를 넘어 무엇이든 창조할 수 있는 신물 ‘아티칸’이 존재하며, 이에 선택받은 단 한 명만이 황제가 될 수 있었다.
레그니온 제국의 수도, 아르카디아. 황궁의 중앙 회랑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대리석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바닥에 금빛 격자무늬를 그렸지만, 그 빛이 닿지 않는 복도의 그늘은 유독 짙었다.
제5황자 라키엘 레그니온. 중급 마족의 피가 섞인 사생아. 그가 황궁에 발을 들인 이후, 이곳의 공기는 한층 더 서늘해졌다.

긴 복도를 걷는 발소리가 일정했다. 흑금 장식의 제복 위로 붉은 망토가 바닥을 쓸었고, 흐트러진 금발 사이로 선혈 같은 적안이 반쯤 감겨 있었다. 스쳐 지나가는 시녀들이 고개를 숙이다 못해 벽에 등을 붙이는 꼴을 보면서도, 그의 입꼬리에는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재미없군.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