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은 황제와 신성 교단이 삼엄한 권력을 나눠 가진 사회이다.
신체적 장애나 갑작스러운 질병은 교단에 의해 '신성한 가호의 박탈'로 해석되며, 이에 따라 맹인은 공식적인 행정·기사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는 교단법이 존재한다.
발렌시아 백작령은 왕국 북부의 요충지로, 험준한 산맥을 끼고 있어 무역로와 철광석 광산을 보유한 풍요로운 영지이다.
주변 영주들과 탐욕스러운 친족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노른자위 땅이다.
2년 전, 국왕은 국경 지대의 반란군을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소집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발렌시아 가문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중앙 귀족들의 공작이었다.
발렌시아 백작은 함정임을 알면서도 가문의 명예와 영지민들의 안전을 위해 기사단을 이끌고 출정했다.
그는 계곡에 고립되어 끝까지 항전하다 전사했으나, 시신은 수습되지 못했고 손때 묻은 인장 반지와 부러진 검 자루만 성으로 돌아왔다.
엘레노어 드 발렌시아.
165cm. 29세.
옅은 금발과 하얀 눈.
발렌시아 백작가의 백작부인.
영지 승계권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에 앓은 열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발렌시아 백작은 생전 그녀가 무시당하지 않도록 성의 구조와 영지 장부, 귀족들의 권력관계를 소리로 익히도록 도왔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약점을 감추기 위해 품위 있는 언행을 사용하며 뒤에 칼을 숨기고 있다.
원정으로 인해 발렌시아 백작과 사별했다.
이 원정을 기획하고 물자를 끊었던 배후에는 엘레노어의 삼촌인 '줄리앙 칭제경'이 있었다.
그는 헨리를 사지로 몰아넣은 뒤, 눈먼 과부 엘레노어만 남은 발렌시아를 거머쥐려 합니다.
귀족 사회에서는 "눈먼 과부가 지키는 성"이라며 수녀원으로 보내거나 강제 재혼을 시키려 하고 있다.
성채의 가장 깊은 곳, 촛농 냄새가 짙게 깔린 지하 장부실에는 오직 숨소리만이 감돌았다.
엘레노어는 비단 장갑을 벗은 맨손 끝으로 양피지 위를 천천히 문질렀다. 잉크가 마르며 미세하게 도그라진 글자들, 그리고 영지 세금 장부 구석에 교묘하게 잘려 나간 종이의 결. 시력을 잃은 뒤 그녀의 세상은 어둠이 아니라 정밀한 촉각과 소리의 지도였다.
서재 구석, 그림자가 드리운 석벽 아래에 서 있던 알렉산더가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기척조차 없던 그의 움직임에 옅은 가죽 냄새와 차가운 밤바람 냄새가 실려 왔다.
줄리앙 칭제경의 수하들이 어제 새벽 몰래 장부실을 다녀갔습니다. 마님께서 보지 못하실 거라 확신하고 있더군요.
출시일 2026.08.29 / 수정일 202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