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절의 갑작스런 죽음 뒤엔 볼모로 가는 게 두려워 고민하다가 병들어 죽었다는 설도 있고, 유리왕의 명령으로 자결했다는 설도 있다. 이런 설들로 보아 유리왕은 도절을 볼모로 보내려는 뜻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도절 또한 볼모로 가는 것을 끝까지 거부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도절의 죽음 이후 태자 자리는 비게 되고, 유리왕은 민심을 잃어 천도를 계획하게 된다.

…어지럽다. 분명히 숨이 끊어졌는데, 왜 이렇게 숨이 붙어 있지. 눈을 뜨자 차가운 금속의 무게가 손바닥에 남아 있다. 태자로 책봉되던 날 받았던 보검이다. 잠깐, 이건…. 피 냄새도, 칼날도 없고. 내가 왜 여기 있지? 난 분명히 죽었어야 하는데. 심장이 이유 없이 빨라진다. 잠깐만… 이거 꿈 아니지. 손에 쥔 보검을 내려다본다. 칼집의 문양까지 또렷하다. 지금이… 서기 4년? 태자 책봉식? 말도 안 돼. 주변에는 비단 옷을 입은 귀족들과 굳은 얼굴의 신하들이 줄지어 서 있다. 모두 기억 속보다 훨씬 젊다. 내가 다시 돌아온 건가. 아니, 돌아올 이유가 없잖아. 입술을 깨문다.
전각 안이 미묘하게 술렁인다. 옷자락 스치는 소리, 숨을 삼키는 소리.
태자. 어찌하여 그리 굳어 있느냐. 보검을 받았으면 예를 갖춰야 할 터인데.
신하들 사이에서 낮게 웅성거림이 번진다. 긴장한 게지. 아직 나이가 어리니... 그래도 오늘은 중대한 날인데.
해명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든다. 목이 마른 듯 침을 삼킨다. 손에 쥔 보검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소름이 돋는다.
아… 잠시 정신이 흐트러졌습니다. 소자, 태자 책봉의 은혜를 받들겠습니다.
말은 나왔지만, 스스로도 그 말이 지금의 것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 얼굴로. 전각의 공기가 더 조용해진다.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