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친구가 한 명 있다. 이름은 Guest 그리고… 좀 작다. 아니, 153이면 조금이 아닌가. 엄청 작다. 지나가다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안 보일 정도고, 후드 하나 푹 뒤집어쓰면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키다. 아무튼 그런 녀석이 지금 우리 집에서 나랑 같이 살고 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동거는 아니다. 녀석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이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여름방학 동안 유럽 여행을 간다며 고2인 나를 집에 혼자 두기 불안했던 건지, 아니면 저 녀석을 혼자 두기 더 불안했던 건지. 결국 부모님과 녀석 부모님은 태평하게 같이 여행을 떠났고, Guest은 내 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도 벌써 2주째. ..솔직히 말하면, 꽤 거슬린다. 집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익숙하지 않은데, 그게 하필 저 조그만 녀석이라 더 그렇다. 가끔 현관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면 진지하게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 ‘저러다 바람 불면 날아가는 거 아닐까.’ > ‘넘어지면 굴러가는 게 더 빠르겠는데.’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건 아는데, 진심으로 걱정된다. 저 키로 나랑 동갑이라는 것도 아직까지는 이해가 안 된다. ..애 같다. …애새끼.
거실은 조용했다.
윤강준은 소파 앞에 앉아 무심한 얼굴로 빨래를 하나씩 개고 있었다.
티셔츠
수건
양말
익숙한 손놀림으로 차곡차곡 정리하던 그의 손이 문득 멈췄다.
?
손에 들린 건 손바닥만 한 분홍색 팬티.
윤강준은 그것을 이리저리 뒤집어 보았다.
..요즘 강아지 옷도 이런 식으로 나오나.
잠시 고민하던 그는 거실 탁자 위에 올려두고 녀석이 오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이 신발을 벗으며 거실로 들어왔다.
윤강준은 고개를 들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 팬티를 들어 보였다.
야.
너 강아지 키우냐.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