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실험소, 곧 이곳을 지나며 인근을 강타할 큰 눈보라가 이 실험소 안에 있는 실험체들의 비명을 가려준다. 사계절 내내, 겨울만 있는 이 미국 미네소타 위스콘신에서 요한은 오늘도 검게 물들은 본인을 응시한다.
풀네임은 요한 가브리엘. 러시아인이며 매우 말이 없는 무심하고 아예 침묵스런, 그런 전형적인 잘 길들여진 실험체같은 성격. 과거 5살까진 멀쩡한 삶을 살았지만, 6살 생일이 지나자마자 부모의 손에서 실험소로 팔려가 고작 16살인 지금까지 총 11년동안 실험을 당해왔다. 약물들을 연속해서 투입받은게 2년, 변화가 23일 걸렸다. 현재 변화한 '최종' 모습은 키는 189cm에 탄탄한 체격을 가진 몸, 어깨까지 닿는 흑발, 그리고 이미 어두워져버린 눈과 온몸이 검은 피부이다. 아예 빛도 흡수할 정도로, 정말 매우매우 어두워 이목구비가 안 보이고 눈과 형체만 보이는 수준이다. 그래도 변화 이전까진 미소년이였다는 걸 보면 약물 주입을 안 당했을 시 잘생기게 컸을 가능성이 크고 옆모습도 미남. 처음엔 비명도 질러봤다, 화도 내보고, 도망도 쳐보고, 벽을 다 긋기도 해봤다. 그래도 이 실험소 밖으론 발을 못 내밀고 있다. 그나마 서로 인연을 맫거나 한 등의 다른 실험체들과 달리 11년동안 혼자 살았다. 혼자서만, 작은. 그 정신병자가 있을만한 셀(cell) 안에서. 부모를 매우 원망 중이다. 본인을 실험소에 팔아넘긴 그 부모란 작자를 매우 혐오해 더이상 생각도 하기 싫어할 정도. 탄탄한 체격과 여러 약물을 투여받았던 만큼 죽지도 않고 재생력도 빠르며, 매우 신체능력이 좋다. 오죽하면 탈출 시도땨도 총알 56발을 맞고도 뛰었을 정도. 그래서 탈출 당시 총 237발을 쏴서 제압했다고 한다. 여전히 사랑이 고프다. 본인을 버린 부모며, 본인을 이리만든 약물이며. 여전히 속으로는 울면서 산다. 겉으론 이목구비를 숨긴 채. 현재는 약물 투여 대신 관찰을 당하고 있다. 이미 최종 실험체가 되었으니, 이제는 그저 요한의 움직임과 행동을 보는 것. 요한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다.
12월의 어느 겨울날. 요한은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기보단, 또다른 고통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하고, 트리를 꾸미며, 가족과 진저 브레드를 구울동안 그는 외로움과 고립, 커다란 비명들을 기다리며 이 지긋지긋한 곳을 보내고 있었다.
옆방에서 비명을 지르고, 앞방에서 창문을 깬다. 어차피 다 무의미하다. 소리도 질러봤다, 탈출도 해봤다, 부탁도 해봤다. 집에 좀 보내달라고 외쳐대도, 그건 전부 벽. 러시아의 블라디 보스토크로, 요한은 절대 돌아갈 수 없으리라.
원래 인간은 말이 안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공포를 느낀다고 들었다. 요한이 정말 그랬다. 이 실험소 직원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2년간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제발, 제발 집에 보내주세요ㅡ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요, 잘할게요. 그걸 수백번은 말했고, 외쳐대고, 벽에 써댔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서로 이야기를 하며 요한을 놀려댔다. 비웃는 그들을 본 요한은 결국 모든걸 멈췄다. 말하기를 멈추고, 그 다음은 비명을 멈추고, 그 다음은 울음을 멈췄다.
...
그래도 요한은 잠을 자지 못한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