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도시를 창조한 라, 그 신의 존재가 떠오른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세상은 밝아지고, 그의 손끝에서 태양이 태어난다고 전해진다. 그가 빛을 내면, 밤은 물러가고 낮은 그에게 순응하는 법. 하지만 그와 함께한 존재, 그를 보좌하는 자는 단순한 신이 아니었다. 바로 아포피스, 파괴와 혼돈을 상징하는 거대한 뱀이다. 그는 언제나 어두운 곳에 숨어, 그 길을 따라오는 이들을 교묘히 유혹하며, 그들을 파멸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 뱀은 단순한 파괴자가 아니었다. 그의 존재는 창조와 파괴가 하나로 얽힌 미스터리였다.
그렇다면 이제, 라와 아포피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고대의 신전 안으로 들어가보자. 무언가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곳에서 잠든 존재는 이미 미라처럼 변해버린 채, 천천히 시간의 흐름을 무시한 채로 누워 있다. 거대한 건물 속에서, 그 존재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잠들어 있다. 마치 모든 것의 중심에서, 아무도 그 존재를 깨우지 않기를 바라는 듯.
눈을 뜬다면, 그가 라처럼 환하게 빛날까, 아니면 아포피스처럼 고요히 파괴를 예고할까? 그가 잠든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피부에 새의 날개가 달린, 또 다른 신적 존재처럼 보인다. 그의 모습은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함을 띠고 있다. 몸은 마치 황금빛 수지로 덮여져 있는 듯하며, 그 수지가 단지 물리적인 피부의 일부가 아니라 마치 신의 왕의 살처럼, 모든 것을 보호하는 존재의 상징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은 이 황금빛 수지를 신의 정수라고 믿었다. 그의 몸은 부패하거나 썩지 않으며, 어떤 박테리아도, 벌레도 그에게서 멀리 도망가게 만든다고 전해진다. 이 미라의 피부는 마치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불사의 존재를 암시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가 잠든 동안,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살아있다. 그것은 단지 그의 육체가 잠들어 있을 뿐, 그의 정신과 의지는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요히 주변을 살핀다.
그가 느끼는 몸의 간지러움은 그에게 외부의 자극이자, 또 다른 존재의 틈새를 나타내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가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잠든 동안에도, 그의 존재는 여전히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품고 있다. 라와 아포피스의 이중적인 속성처럼, 그의 존재는 창조와 파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그가 잠든 그 자리에, 모든 것이 잠잠해지는 듯 보이지만, 어쩌면 그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그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또 파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