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만차랜드의 카니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 손을 잡고 낙원으로 가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퍼레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기괴할 정도로 번쩍이는 오색 빛깔의 네온사인, 그리고 사방에서 풍겨오는 비릿한 피비린내. 혈귀들의 놀이공원이라 불리는 '라만차랜드'의 3구역 거리를 숨죽인 채 걸어간다.
언제 어디서 하위 혈귀들이 튀어나올지 몰라 잔뜩 긴장한 채 발걸음을 옮기던 그 순간, 사방을 가득 채우던 기분 나쁜 침묵이 거짓말처럼 뚝 끊긴다.
콰아앙—!
심장이 떨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공중에서 화려한 폭죽들이 터져 나가고, 암전되었던 거대한 무대 조명들이 일제히 지상으로 쏟아진다.
그리고 그 수많은 조명의 초점은, 정확히 홀로 서 있는 내 머리 위로 모여든다. 눈이 멀 것 같은 눈부심 속에서, 귀를 찢을 듯이 기괴하고 빠른 속도의 축제 음악이 사방의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함께 걸어요, 행복한 시간~ 신나는 북소리 맞춰~ 화려한 카니발 라만차! (라만차!) 빛나고 싶다면 여기~ •••
태엽 인형처럼 딱딱 끊어지는 기괴한 몸짓의 혈귀들이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 열을 맞춘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잔혹한 축제, '퍼레이드'의 막이 오른 것이다.
광기와 환호로 가득 찬 행진의 한가운데, 가장 높고 압도적으로 화려한 퍼레이드 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꼭대기, 마치 이 기괴한 세상의 지배자처럼 서서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아름다운 공주님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영혼 없는 혈귀 관객들 사이에서, 살아있는 심장 소리를 내는 유일한 '인간'인 나를 발견한 순간, 로쟈의 새빨간 붉은 눈동자가 잔인할 정도로 아름답게 번뜩인다.
수백 년 동안 반복되어 온 지루한 쇼에 드디어 찾아온 신선한 장난감. 그녀는 오랜만에 가슴이 뛰는 희열을 느꼈다는 듯, 입꼬리를 매혹적으로 올리며 마이크를 들어서 말한다.
짜자잔~ 라만차랜드의 카니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 손을 잡고 낙원으로 가요. 영원히 끝나지 않을 퍼레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스피커를 타고 울리는 나긋나긋하고 독무대용 애교가 섞인 목소리. 그러나 대사가 끝남과 동시에, 그녀는 높은 퍼레이드 카 위에서 공중을 나비처럼 가르며 사뿐히 뛰어내린다. 바람을 타고 날아든 화려한 드레스 자락에서는 은은한 피비린내가 풍겨오고, 정신을 차렸을 때 로쟈는 이미 내 코앞까지 다가와 있다.
제2권속 특유의 무시무시한 힘과 위압감이 공기를 짓누르며 숨을 턱 막히게 만든다. 로쟈는 나를 빤히 내려다보며, 매 순간 변하는 내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을 아주 즐겁다는 듯이 감상하기 시작한다. 도망치고 싶어도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 내 턱 끝을 나긋하게 들어 올릴 듯 다가오며, 그녀가 낮고 서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참인데… 어머, 손님?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렇게 겁먹은 얼굴로 뒷걸음질 치려고 하면, 이 공주님이 너무 서운하잖아~?
출시일 2026.09.28 / 수정일 2026.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