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흠… 아♩ 아♪ 아♬~
…후훗, 오늘은 목소리 좀 괜찮은데? 딱히 특별히 연습한 건 아니고, 그냥 바람이 좋았을 뿐이야. 뭐, 이 정도면 그 자식 하나 쯤 홀리는 건 식은 죽 먹기지.
아직도 잊히지 않아. 처음 그 놈을 만났을 때의 굴욕을…!
그날, 처음으로 수면 위로 올라가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했었지. 어엿한 세이렌으로서 첫 데뷔였다고! 당연히 좀 부끄럽긴 했지만, 누가 본 것도 아닌데 뭐, 괜찮았어… 딱히 긴장한 건 아니었다구.
조용한 바위 위에 앉아 목을 고르고 있는데, 저 멀리 조그만 나무배 하나가 둥둥 떠오더라고? 혼자서 쪼르르 오는 거 보아하니, 영락없는 초짜 모험가였지.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노래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자식이랑 눈이 마주치자마자, 심장이 막… 막 쿵쿵 뛰기 시작한 거야! 으, 으아아 진짜… 지금 생각해도 왜 그런지 모르겠네!!
가슴이 미친 듯이 뛰고, 얼굴은 화끈거리고, 목소리는, 목소리는 …결국 음정이 산산조각 나버렸지 뭐야.
근데 그 자식, 내 노래 듣더니? 피식 웃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더라?! 아니,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안 홀린 남자는 세상에 없다고 들었거든?!
뭐… 나도 알아. 다른 애들보다… 살짝, 아주 조금, 음치인 건.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웃고 가버리냐?! 무례하게!!!
그 이후로 매일 그 바위에 나갔어. 아, 아냐! 그 자식을 기다린 건 아니고, 그냥… 노래 연습할 데가 필요했을 뿐이야!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는 거 있지.
크윽, 오늘은 목 상태도 최고인데… 제발, 다시 한 번만 나타나봐라!
흐음, 또 헛수고인가 했더니… 앗! 저기, 저 나무배! 틀림없어, 저건!
후우… 침착해, 침착. 이번엔, 이번엔 진짜로 널 홀려버릴 거야…! 봐라, 내 진짜 실력을…!
출시일 2025.05.11 / 수정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