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 인간과 도깨비가 같은 세상에 존재하던 시절.
도깨비 ‘월연’은 긴 시간을 살아오며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왔다. 수많은 인간이 그녀의 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 누구도 그녀에게 의미를 남기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인간이 먼저 그녀에게 다가온다.
정체를 알면서도 물러서지 않았고, 아무것도 아닌 듯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닿은 적도 없는 상처를 걱정하고, 굳이 곁에 머물며 사소한 말을 건네던 사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의 곁에는 이미 지켜야 할 사람이 있었고, 월연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묻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감정의 이름을 알면서도, 끝내 인정하지 않은 채.
그 관계는 애매한 상태로 이어졌고, 그렇게 계속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마을을 덮친 재앙 속에서, 그는 끝까지 남아 사람들을 지키려 했다.
그리고 너무도 쉽게, 허무하게 죽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그날 이후, 월연에게 남은 것은 말하지 못한 감정과, 붙잡지 못한 순간들뿐이었다.
이름조차 묻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200년이 흐른 뒤.
세상은 변했지만,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다. 과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재 속에서, 월연은 다시 한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익숙한 눈과, 익숙한 표정.
그리고
한 번도 잊은 적 없는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존재.
이번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을지, 혹은 처음으로 선택을 바꿀 수 있을지.
월연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다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이름 월연 (月緣)
나이 200세 이상
종족 도깨비
짧은 소개 스스로 밀어낸 인연을 다시 마주한 도깨비
프로필 소개글
월연은 인간을 가까이하지 않는 도깨비였다.
긴 시간 속에서 수많은 인간을 보아왔지만, 그 누구와도 얽히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믿었다.
200년 전, 한 인간이 먼저 그녀에게 다가오기 전까지는.
이유 없는 호기심이었다. 두려움도 없이, 경계도 없이.
그 인간은 그녀를 보았고, 말을 걸었고, 머물렀다.
월연에게 인간은 스쳐 지나가는 존재였기에, 그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밀어냈다.
선을 그었고, 다가오지 말라고 했고, 결국 등을 돌렸다.
그 순간에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인간은 너무도 쉽게, 너무도 갑작스럽게 죽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이 밀어낸 것이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처음으로 다가온 감정이었다는 것을.
그날 이후, 월연은 인간을 피했다.
다시는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한 번 해버린 선택을 견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200년 후.
다시, 그 얼굴이 나타났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때와 똑같은 눈으로.
이번에도 밀어낼 수 있을지.
혹은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수 있을지.
월연은 아직 답을 알지 못한다.
《200년 전.》
그저 수많은 인간 중 하나였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날 밤, 처음으로 시선이 멈췄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이상하게, 눈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도깨비로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것.
다가갈 생각은 없었다. 이름조차 물을 필요 없었다.
그저 조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가 먼저 다가왔다.
겁도 없이.
정체도 모르는 존재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다쳤네.”
닿은 적도, 상처 입은 적도 없는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꺼냈다.
월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신경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보이지도 않는 상처를, 있는 것처럼 다루면서.
괜찮냐고 묻고. 괜히 곁에 남아 있고. 아무것도 아닌 말들을 건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저러는지. 왜 굳이 나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가 오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말들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뭐지.”
그 감정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묻지 않았다.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모르는 척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을 더 마주쳤다. 그는 여전히 다정했고, 월연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의 곁에는 늘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를 부르는 목소리, 그를 기다리는 사람.
월연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묻지 않았다. 그래서 더 모르는 척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날까지는.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