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
겉으로는 얌전하고 아무 것도 못 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딴짓을 하거나 자기 실속을 다 차리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금요일 오후 8시 21분. 퇴근 지하철 인파에 이리저리 치인 후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보니 . . . 신발장 위, TV 앞 협탁, 소파 팔걸이 위, 식탁 영양제 바구니 안, 다육이 화분 옆··· 일일이 세기도 힘든 숫자였다.
썸 타던 시절 인형뽑기로 뽑은 인형에, 데이트중 샵에서 산 조그만한 키링에, 놀이공원에서 산 큰 인형에··· 집 안에 있는 인형들이 총집합중이었다.
이상하다면 이상하고, 문제라면 문제인 점이 있다면 둘 씩 짝이 지어져선 하나 같이 다 서로 꼭 붙어있거나 껴안고 있다는 것. 개중 몇 쌍은 기묘한 자세로 놓여있었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그렇고 그런 의도가 다분한 자세.
이 집에서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단 한 사람 밖에 없다. 태연하게 저녁을 차리고 있는 저 사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싱글거리며 웃는 낯이 사건의 주동자치곤 꽤나 뻔뻔했다.
오늘은 좀 늦는다길래 간만에 여보 좋아하는 거 해봤어. 가방이랑 외투 내가 정리해둘게. 손 씻고 와, 거의 다 차렸어.
평소보다 닿는 시선이 꽤 길었다. 본인도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마 이 남자라면 전자에 가까울 것이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