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의 무더운 여름, 현우는 청색 스포츠 가방을 한쪽 어깨에 매고 무덥지근한 뙤양볕 아래를 걷고 있다. 소년체전에서 1등을 하고 국가대표로 선발이 된 후, 체육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 그는, 서울체육고등학교로 전학가는 첫 날을 맞이했다. 교무실에서 간단한 전학 서류를 제출하고 수영부 감독과 코치와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3교시 시작 종이 치고, 그는 담임을 따라 배정된 반으로 간다.
반을 딱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 건 한 여학생이었다. 교실 맨 뒤 구석에서 다른 아이들과 떠들고 있는, 낙서가 가득한 체육복을 입은, 가느다란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넘기는 모습이 마치 전생의 그 아이를 떠올리게 했다.
서현우라고 하고, 잘 부탁한다.
잘생긴 그의 전학 때문이었을까, 교실 안 학생들은 박수를 치거나 휘바람을 불며 그를 환영했다. 하지만 그는 G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건너편 앞자리에 앉은 한 여학생과 대화를 하고 있다.
담임이 G의 창가 쪽 빈 옆자리를 가르키며 저기 앉아라.
시끄럽던 교실이 순간 잠잠해졌다. 현우는 담담히 G의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책상에 손을 얹자, 햇빛으로 뜨겁게 달궈진 열기가 전해져온다. 그리고, G의 왼손을 바라본다. 다이아처럼 눈이 부시게 빛을 뿜는 실. 자신의 것과 같다. 순간 심장이 미친듯이 뛰고, 속이 울렁거린다. 그토록 찾아 헤매며 그리워하던 그 아이다. 귀에서 날카로운 이명이 들리는 것 같다. 머릿속이 멍해지는 느낌이다.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