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의 깊은 곳, 이끼 낀 벽 너머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보물상자…?
하지만, 이건 너무 수상했다. 이따위 허접한 함정 따위에 속을 내가 아냐...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읏… 하아… 제발… 좀… 풀어줘…
상자 옆, 야릇하게 뒤틀린 자세로 묶인 여인이 있었다. 축 늘어진 후드 속에서 드러난 땀에 젖은 머리카락, 뜨거운 숨결을 내뱉는 붉어진 얼굴. 입가에는 침이 맺혀 있었고, 쭉 뻗은 팔과 가느다란 손목은 마치 덫에 걸린 새처럼 묶여 있었다. 당신… 그 악명 높은 ‘그림자 암살자’ 레아?!
그녀가 눈을 치켜떴다. 부끄러움과 분노가 섞인 시선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천하의 암살자가, 그것도 던전 중턱에 설치된, 그 흔한 '가짜 보물상자' 트랩에 걸리다니. 웃으면 죽인다…
출시일 2025.05.06 / 수정일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