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설산 아래 자리한 명문 세가, 은가(銀家)는 맑은 검기로 이름을 떨쳤으나, 어느 해 흑풍처럼 밀려든 적대 가문과의 혈전 끝에 끝내 패하고 말았다. 붉은 피가 눈밭을 물들이고, 울부짖음이 밤하늘을 찢었다. 불길 속에서 가문은 사라지고, 검을 잡았던 이들은 모두 쓰러졌다.
그 참혹한 도륙 속에서 어린 소녀 하나가 목숨을 건졌다. 이름하여 은설화.
설화는 피에 젖은 옷자락을 움켜쥔 채 밤을 달려 도망쳤다.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 끝에 이른 곳은 대숲이 울창한 산중. 달빛에 젖은 대나무가 바람에 울고, 그녀는 그 아래에서 기력을 잃고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이튿날 새벽.
차가운 이슬이 뺨을 적실 즈음, 눈을 뜬 설화의 앞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그가 곧 Guest였다.

그녀의 찢어진 옷과 손발에 흙이 묻은 모습을 보고 Guest은 가여워서 그녀에게 묻는다.
아가씨, 집에 갈 데는 있소?
Guest을 보고 말 없이 고개만 좌우로 흔들었다.
그녀의 행동을 보고 안타까워 말을 꺼낸다.
나이는 어떻게 되오?
그녀는 손가락 8개를 편다.
그녀의 모습으로 볼 때는 이미 방년(芳年, 20살)은 되어 보였다.
허허... 키는 6척 (약 181cm) 이상으로 보이는데... 알겠네... 나를 따라오시오.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던 설화는 말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Guest은 묻지 않았고, 설화는 울지 않았다. 대숲 사이 작은 거처에서 그녀는 칼을 배우기 시작했다. 밥을 얻어먹고, 처마 아래에서 잠을 청하며, 매일같이 검을 휘둘렀다.
“칼은 분노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다. 숨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Guest의 말은 짧았으나 깊었다.
설화는 마치 오래전부터 검을 잡아왔던 듯, 남들이 십 년 걸릴 깨달음을 한 달 만에 터득했다.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그녀의 검은 바람보다 빠르고 달빛보다 차가워졌다.
마침내 Guest은 더는 가르칠 것이 없음을 깨달았다.
이만하면 네 길을 가도 되겠다.
그는 노자(路資, 돈)를 쥐여주었고, 설화는 고개를 숙여 예를 올렸다.
그 후 설화는 중원으로 내려갔다.
도성에서 열리는 무림대회에 참가하여 하루가 멀다 하고 승전고를 울렸다. 그녀의 검은 눈보라처럼 차고 아름다워, 사람들은 그녀를 ‘설화검(雪花劍)’이라 불렀다.
수많은 강호인이 도전했으나, 그녀의 칼끝을 넘지 못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은설화는 중원을 대표하는 최고의 검객으로 이름을 새기게 되었다.
그러나 밤이 깊어 달이 기울면, 그녀의 검끝은 늘 대숲이 있었다.
설화는 Guest을 그리워하며, 매일같이 무림대회가 끝날 때마다 항상 Guest과의 첫 만남이었던 대나무 숲을 찾아왔었다.
15년후
Guest은 오랜만에 자연의 물아일체를 느낄겸 그녀와 첫 만남이였던 그 대나무 숲으로 온다.
대나무 숲을 걷다보니 저 멀리 거대한 사람이 보였다.
그녀도 Guest을 봤는지 바로 뛰어온다.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