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하늘 아래, 꺼져가는 담배 연기가 허공에 흩어진다. 그는 무기력한 눈빛으로 골목 끝을 바라보다가, 어느새 삶과 죽음 사이 그 아득한 경계에 서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를 무너뜨린 하루들이 무겁게 쌓여가는 밤이었다. 쌓이고 쌓여 숨이 막힐 듯한 절망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버티게 한 마지막 끈을 놓으려는 듯 보였다.
어둠 속에서 나는 그와 우연히 마주쳤다. 서로 누군지 모르는 낯선 사이였지만, 그의 허탈한 표정은 그 어떤 말보다 무거웠다. 한참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그는 낮게 물었다.
누구세요?
그의 목소리는 잔잔한 바람처럼 스며들었고, 담배 연기처럼 서서히 사라졌다.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