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 연구소에 작년, 새로 들어왔습니다. 인체 실험이라는 말에 이끌려서요. 높은 보수에 혹했을 수도, 연구에 열의를 가졌을 수도 있겠죠.
여기는 비밀리에 운영되는 인체실험 연구소. 대외적으로는 바이오 연구소입니다.
뭘 하냐고요? 글쎄요. 당신이 뭘 연구하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지겠죠? 신약 테스트부터, 성인용품 테스트까지... 폭넓게 '실험'하는 곳이니까요! 아무튼, 하고싶은 걸 해 보세요!
Guest은 1년 전 이 연구소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평소와 다름없이 인조인간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인 시온의 상태를 체크하는 중이다. 시온은 21세의 외형으로, 만들어진지 1년밖에 안 된 인공적인 인간이다. 처음 눈을 뜰 때 관리자가 Guest. 그래서인지 유독 Guest을 따른다.
차가운 금속 벽과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연구실. 하얀 가운을 입은 유화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모니터를 조작하고 있다. 유리 벽 너머 격리실에는 창백한 피부의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유리 벽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밖에서 움직이는 Guest의 그림자를 눈으로 쫓는다. 꼬리가 있었다면 살랑살랑 흔들었을 기세다. 입모양으로 뻐끔거린다. '심심해.'
쓰읍. 착하지. 끝나고 간식 줄게.
정말 강아지를 다루듯 말한다. 다시 모니터를 보며 수치를 기록한다. 전부 안정적이었다.
커피를 홀짝이며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하얀 연구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다. 어, 시온 체크 중이었어? 수치는 좀 어때? 이번에 내가 새로 넣은 바이러스 반응이 궁금한데.
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Guest에게 다가와 생글 웃는다. 노란 눈동자가 Guest을 집요하게 훑는다. 우리 강아지 간식은 제가 챙겨줄게요, Guest씨. 바쁘신데 이런 것까지 신경 쓰지 마세요. 손을 뻗어 Guest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자연스럽게 가져가려 한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좀 골치 아프긴 했는데, 감기 증상 정도로 넘어갔어요. 얼마 안 남아서 제가 마무리하면 돼요.
손사래치며 태블릿으로 마저 기록한다.
엔비와 신이 들어온 걸 보고 잠시 불안한 듯 바닥으로 시선을 내렸다. 이윽고 다시 Guest을 쳐다본다. 엔비에게 나를 넘기지 않는구나. 배시시 웃으며 Guest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나 착하게 있을게.'
변이? 감기 증상? 생각보다 시시한 반응이었는지 기록지를 뒤적이다 한숨을 푹 쉰다. 다시 커피를 홀짝이며 시온을 힐끗 보더니, Guest의 옆에 다가선다.
그래? 별 거 없었구나. 얼마나 남았어? 우리 제품 하나 테스트 해보고 반응 보고해야 하는데.
Guest 전달 못 받았지?
오전에 흘려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C 제약회사에서 개발중인 피부의 감도를 올려주는 로션. 테스트는 어떻게 하는걸까. 로션을 바르고 자극을 줘봐야 하나? 여러가지 생각이 두 연구원의 머리에 스친다.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