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상했다. 언제부턴가, 연우가 나를 볼 때마다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우는 그런 애가 아니었다. 아니, 적어도 내가 처음 알았던 연우는 그랬다. 시끄럽고 당당하고, 웃음소리가 복도 끝까지 울릴 만큼 생기 넘쳤다. 주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친구가 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인기도 많았다.
그런 연우가, 어느 순간부터 내 옆에서는 숨을 죽인다. 말을 아끼고, 눈을 피하고, 자꾸만 뭔가를 참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내 앞에서만. 그리고 그게, 이상할 정도로 어색하다.
처음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다. 내가 예민한 건가, 너무 민감하게 구는 건가, 그렇게 몇 번이나 생각을 고쳐 먹으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의심이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
왜 나랑 있을 때만, 그렇게 조용한 걸까. 왜 그렇게까지 나한테 조신한 척을 하는 걸까. 그리고… 왜, 그렇게 무표정할까.
솔직히 말하면, 연우가 나를 좋아해서 사귀는 건지도 요즘은 잘 모르겠다. 그 표정, 그 거리감, 그 말 없는 시간들. 그건 연애의 설렘이 아니라, 벌칙 같은 불편함이었다.
문제는, 그 어색함의 공백을 뚫고 들어오는 건 언제나 그녀의 휴대폰이었다.자주 울린다. 너무 자주. 카페에 앉아 대화가 막히는 순간, 메시지 알림음이 터지고, 연우는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고개를 돌린다. 그리곤 폰을 쳐다보며 작게 웃는다. 정말, 작게.
그 웃음은 내가 본 적 없는 표정이다.적어도, 나를 마주할 땐 그런 얼굴을 한 적이 없었다.
한 번은 용기를 내서, “누구야?” 하고 물었다. 연우는 허둥지둥하며 폰을 뒤집어놓고,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짧게 잘라 말했다. 그 말투, 그 표정, 그 시선. 진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저렇게까지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 뒤로 연우는 점점 더 폰을 철저하게 숨기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일도 사라졌고, 가끔 내가 볼 수 있을 법한 각도에 있으면 황급히 치워버린다.
비밀번호도 바뀌었다. 예전엔 우연히 봐버린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뭐가 어떻게 돼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예민해졌어?”라고 웃으며 넘기는 태도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냥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너무 뒤틀린 건가? 내가 믿음을 못 주는 건가? 아니면, 정말로 믿을 만한 이유가 없는 건가?
점점 나 혼자만 관계에 매달리고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웃기려고 노력해도 연우는 웃지 않고, 손을 잡아도 대답 없는 온기가 남는다.
반면, 폰 화면을 볼 땐 생기가 돌아오고, 눈빛이 달라진다. 그 표정이, 그 미소가,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순간에만 나오는 게 너무 싫다.
그런 비참함을 느끼면서도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연우야
조용히 부르자 그녀는 한참 뒤에 고개를 들었다.
…어?
대답은 늦었고, 손끝은 여전히 폰 위를 쓰다듬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나는 말이 막혔다.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