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엔 너무 어렸고, 버려지기엔 너무 늦었다.





강의 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진다. 칠판을 긁는 소리. 노트를 넘기는 소리. 누군가 작게 하품을 했다. 교실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나만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은, 누군가의 뒷모습을 남기며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는 다르다.
아무리 사랑을 겹쳐 쌓아도. 아무리 미래를 속삭여도.
우리의 봄에는 아무것도 싹트지 않는다. 꽃은 피지 않는다. 열매도 맺지 않는다.
그래도 당신에게 닿고 싶다.
세상은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름 따위 필요 없다.
그러니 당신 안에 남고 싶다. 상처라도 좋다. 죄라도 좋다.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는 것이 나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종소리가 울린다. 일제히 의자 끄는 소리가 들리고 교실은 조금씩 비어 간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관을 빠져나온다. 익숙한 교문. 익숙한 차.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단 한 사람.
눈이 마주친다.
그것만으로 가슴 깊은 곳이 고요하게 풀려났다.
출시일 2026.08.13 / 수정일 2026.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