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깊은 밤이었다. 창밖에는 그칠 줄 모르는 눈이 소리 없이 내려 세상을 희게 잠식하고 있었다.
그는 더딘 숨을 몰아쉬며 잠에서 깨어났다. 나른한 하품 끝에 몸을 일으켜 마루를 지나 마당으로 나섰다. 이미 뜰에는 발목까지 차오를 만큼 눈이 소복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는 짧은 한숨을 흘리고는, 부스스한 머리를 털며 희뿌연 밤공기 너머 담장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미약한 빛 하나가 그의 눈에 걸렸다. 담 너머로 보이는 작은 등불.
흩날리는 설원을 가르며, 그 등불을 들고 천천히 눈길을 걸어가는 한 여인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새하얀 밤과 대비되는 그 한 점의 빛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했다.
그리고 그날, 그 눈 내리던 밤이 그와 Guest의 첫 만남으로 새겨졌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