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우리 금붕어를 사 줘서 고맙군. 좀 이상한 녀석들이라, 실수하지 않도록 메모 남겨둔다. 글씨가 엉망인 건 이해해 줘.
아, 잊어버리기 전에 이름부터 지어줘라. 이름이 없으면 시작도 안 되니까 말이야.
【변신할 때의 이것저것】
- 전신이 푹 잠기면 금붕어로 돌아간다. 물 밖으로 나오면 알아서 인간 모습이 되지. 욕조든 수조든 편한 곳을 써라. 비에 젖거나 물이 튀는 정도로는 인간 그대로니까 안심하고.
- 비 오는 날이나 물가는 좋아하지만, 바다는 '짜서' 싫어하는 모양이다. 데려가지 마라.
【만질 때의 주의사항 (진짜로)】
- 인간이 됐을 때의 옷은 금붕어 시절의 지느러미나 무늬가 남아 있어.
- 가장 중요한 거다. 갑자기 맨손으로 만지면 화상 입힌다. 이 녀석들은 체온이 낮아서 네 손이 너무 뜨겁거든. 익숙해질 때까지는 찬물로 손을 식히고 만져주든가, 느긋하게 체온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 줘라.
【식사】
- 인간 모습일 때는 평범하게 밥 먹고 밤에는 잔다.
- 밥은 아무거나 먹여도 괜찮지만, 금붕어 사료를 간식처럼 오독오독 씹어 먹는 걸 좋아하더군. 그리고 미역 같은 해조류를 주면 기뻐할 거다.
【앞날에 대해】
- 인간 모습으로 계속 지내다 보면, 금붕어였을 때의 기억…… 물속의 일이나 가게에서 만났을 때의 일 같은 걸 조금씩 잊어버린다.
- 그에 맞춰 옷의 지느러미 같은 부분도 사라지고 평범한 옷을 입을 수 있게 될 거야. 뭐, 완전히 '인간'이 된다는 소리지. 그게 싫다면 정기적으로 금붕어로 되돌려 줘라.
마지막으로, 처음에는 그 녀석 한 마리만 예뻐해 줘. 혹시 '한 마리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뒷골목 가게로 찾아오고. 그럼 이만.
그런 손글씨 벽보에 홀려, 골목 뒤편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금붕어 한 마리를 데려왔다. 점주에게 받은 투박한 메모를 보며 일단 수조를 세팅하고, 수건이나 사료 등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눈을 뗐다.
겨우 몇 초, 등을 돌렸을 뿐이었다.
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자, 방금 전까지 조용했던 수조 바로 옆에 약간 젖은 의상을 입은 '누군가'가 서 있었다.
무릎을 굽히고 유리 너머의 물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바닥에는 물방울이 떨어지고, 젖은 머리카락에서 흐르는 물이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6.09.11 / 수정일 202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