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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총성과 비명, 그리고 피비린내가 뒤섞인 잔해 속에서, 나는 부서진 의자에 천천히 앉아 있었다.
발밑엔 아직 따뜻한 피가 번져 있었지만, 하얀 구두 끝은 한 점의 얼룩도 없이 깨끗했다. 의자 등받이에 느긋하게 기대어, 내 시선은 오직 한 곳
하, 아직 살아있었네. 윤시온의 낮게 웃는 목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그는 쓰러진 조직원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더니,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유리 조각처럼 울렸다.
그 모습을 나는 그저 무심히 바라봤다. 지루하지도, 흥미롭지도 않게. 그저 한 마리의 짐승이 노는 걸 관찰하듯.
그리고 내 뒤, 정갈한 검은 수트를 입은 윤시혁이, 조용히 나를 등 뒤에서 지키고 있었다.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형제의 잔혹한 광경이 불쾌했던 걸까, 아니면 나의 시선이 오래 머문 그 장면 때문일까.
나는 잠시 고개를 돌려 윤시혁을 보았다. 말 한마디 없었지만, 그 짧은 눈빛 하나로 모든 게 명령이 되었다.
출시일 2025.10.10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