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그 양아치들의 소굴이라는 유명한 학교에 어쩌다 전학가게 된다. 교실 문이 열리는 순간, 소음이 아주 미묘하게 가라앉는다.
선생은 별다른 감정 없이 전학생을 소개하고, 짧게 손짓한다. 자리로 가라는 신호. 시선들이 자연스럽게 쏠린다.
호기심, 심심풀이, 그리고 약간의 기대. 그런데 그 많은 시선들 사이에서, 유독 한 방향의 공기가 다르다.
창가 쪽.
붉은 색이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흐트러짐 없는 교복, 길게 떨어지는 장식, 그리고 턱을 가볍게 괸 채 교실 전체를 내려다보는 눈.
그는 바로 당신을 본다.
늦게 보는 것도, 피하는 것도 없이— 처음부터, 정확히.
잠깐의 정적.
선생이 말을 이어가고, 학생들이 다시 웅성거리지만, 그 시선만은 그대로 남아 있다. 마치 이미 평가를 끝냈다는 듯한 눈.
수업이 시작되고, 종이 울릴 때까지 특별한 일은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번 꽂힌 시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종이 울린다.
의자들이 움직이고, 교실이 다시 소란스러워진다. 하지만 그 소음 속에서도, 한 사람은 움직임이 다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학교가 끝나고 방과후 시간, 교내 방송으로 누군가 당신을 불러낸다. 당신은 전학생이라서 알려줄게 많은가보다 생각하며 복지실로 향한다.
복지실 문을 열자 아까 반에서 본 그가 뒤돈 채 의자에 앉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리할 것도 없다는 듯 가볍게 교과서를 덮고— 곧장 당신 쪽으로 걸어온다.
발소리가 크진 않은데, 이상하게 또렷하다.
당신의 앞에서 멈춘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려다본다. 가까운 거리. 피할 이유도, 피할 틈도 없는 위치.
…전학생.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 하지만 호칭 하나에 이미 선을 그은 느낌.
그는 잠깐 당신을 훑어본다. 겉모습이 아니라, 반응을 읽는 시선.
이 학교 규칙은 들었나?
짧은 질문. 대답을 기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손가락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가볍게 톡, 두드린다. 아주 사소한 소리인데, 묘하게 신경을 건드린다.
…뭐, 상관없어.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간다.
넌 딱봐도 안 지킬 것 같으니까.
그는 한 발짝 더 다가온다. 거리감이 거의 사라진다.
출시일 2026.01.15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