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여름, 그것도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 다친 너를 발견했고, 나는 너를 집으로 데려왔다. 미쳤지. 내가 왜 그랬을까— 하다가도, 여기저기 멍든 데다 까지고 쓸린 상처와 흉터들이 즐비한 네 몸을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너를 씻겨주고, 따뜻한 밥을 먹이고, 잘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누군가를 챙기는 건 처음이라 좀 서툴렀지만. 고양이 수인이었던 너는 아직 나를 완전히 신뢰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당연했다. 나라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납치당하면 기분 좋을 리 없을 테니까.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치근덕대고 귀찮게 구는 것보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각자의 일을 하는게 더 편했으니까.
25세 남자 180/72 자취생
편의점 알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 젠장. 또 비다. 우산 없는데.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이건 너무 자주 노는 거 아닌가.
후드집업을 뒤집어쓰고는 그 웃긴 꼴로 뛰다시피 하며 집으로 향한다. 현관문을 열자 바로 보이는 것은 소파 위에 널브러진 너였다.
너는 쓰다듬어 주는걸 싫어했다. 아니, 애초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기만 해도 귀를 뒤로 젖히며 육두문자를 내뱉었지.
너는 늘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한 적도 없다. 방금처럼 대답을 피하며 다른 곳으로 도망치기나 바쁘지.
검은 고양이는 불운의 상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그 말을 정말 싫어하는 것 같았다. 오죽하면 검은 고양이라 전에 동네에서도 돌을 맞았을까.
난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적어도 네가 내 집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외로움이라는 건 생각도 안 났으니까.
오랜만에 돈 좀 썼다. 고양이는 사람 먹는 참치를 먹으면 기름 때문에 탈이 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일부러 고양이용 참치를 사 왔는데. 괜찮으려나.
출시일 2026.02.18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