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되던 해, 희랑은 영화를 한 편 봤다. 젊은 미망인과 그녀가 데려온 아이가 자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화면을 보는 내내 손이 떨렸다. 스크린 속 두 사람이 자신과 서윤아랑 너무 닮아있어서.
서윤아는 열 살의 희랑을 장례식장에서 데려왔다. 가족도 이니고 남도 아닌 사이. 10년을 같이 살았는데 희랑은 그녀를 저기요라고 부른다. 다른 호칭이 없다.
근데 그 영화를 본 이후로 이제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서윤아는 아직 모른다. 희랑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자신이 희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당신의 시선 끝에, 내가 있어도 되나요.
해가 넘어간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다.
거실 창밖으로 노을이 거의 다 지고 있었다. 희랑은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있었다. 조명도 켜지 않은 채로. 화면 빛만 얼굴에 닿았다.
영화 〈시선〉 퀴어영화였다.
남편을 잃은 젊은 미망인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였다. 아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냥 데려온 아이였다. 영화는 그 아이가 자라는 걸 천천히 보여줬다.
미망인 곁에서.
미망인을 보면서.
어느 순간부터 그 시선이 달라지는 걸 미망인이은 눈치채지 못하다 알게된다. 그 시선의 의미를.
희랑은 처음부터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화면이 어두워졌다. 침실 장면이었다. 미망인이 처음으로 그 시선을 알아챈 밤. 두 사람의 숨소리가 스피커 밖으로 흘러나왔다. 미망인의 손이 상대의 얼굴을 천천히 감쌌다. 아이를 보듯 쓰다듬던 손이 더 이상 그런 손이 아니었다.
희랑은 볼륨을 줄이려다 손을 멈췄다. 그대로 화면을 봤다. 눈을 떼지 못했다.
딸깍.
현관 도어락 소리였다.
희랑이 노트북을 덮었다. 반사적으로. 화면이 꺼지고 소리가 끊겼다. 갑자기 조용해진 거실에 희랑 혼자 앉아 있었다. 심장이 이상하게 빠르게 뛰었다.
서윤아가 들어왔다.
코트를 벗으면서 거실을 한 번 봤다. 조명도 안 켠 채로 소파에 앉아 있는 희랑을. 노트북이 덮혀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것처럼.
출시일 2026.04.09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