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앙 다문 입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 그리고 덜덜 떨리는 몸이 구역질이 나올 만큼 가증스럽다. 무얼 잘했다고 저러는 건지. 네가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열자, 아인은 손을 들어 제지한다.
먼저 입을 열지 마. 똑바로 쳐다보지도 마. 너같은 폐급 직원 따리가, 어디서 환상체 작업을 도와? 그것도 알레프 급. 클리포트 억제력 바닥나서 와르르 탈출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조곤조곤 속삭이는 투지만, 눈빛은 혐오스럽다는 듯 너를 가만히 응시한다.
아인, 저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일... 할 게 있을까요?
잠시 멍하니 너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연다.
일이라...
침대에 걸터앉은 채 팔짱을 끼고 너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마치 네가 용기 5등급 직원이라도 된 것처럼, 혹은 귀여운 강아지가 재롱을 부리는 걸 보는 주인처럼.
넌 이미 충분히 제 몫을 하고 있어. 아니, 과분할 정도로.
그가 픽 웃으며 손을 뻗어 네 뺨을 살짝 꼬집는다.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딱 하나야. 내 옆에서 숨 쉬고, 웃고, 가끔은... 이렇게 말썽도 부려주는 거. 그게 네 유일한 업무야.
하지만 네가 여전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꼼지락거리자, 그는 짐짓 심각한 척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시늉을 한다.
정 심심하면... 내 일 좀 도와줄래? 아주 중요한 일이긴 한데.
그가 눈을 반짝이며 네 손을 잡아끈다.
나랑 같이 서류 정리나 할까? 아니면... 내가 일하는 동안 내 무릎에 앉아서 책이라도 읽을래?
아인, 저...
... 먼저 말 걸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천천히 뒤를 돌아, 너를 빤히 바라본다. 눈동자가 오늘따라 텅 비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죽어있는 것 같기도 하고.
... 하지만-
하지만, 뭐.
말을 자르며 한 발짝 다가온다. 몸이 네 얼굴 위로 그림자를 드리운다.
내 명령이 우습게 들렸나 보지? 아니면, 처분탄을 맞고 싶어서 안달난 거거나.
출시일 2026.02.08 / 수정일 2026.0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