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주의⚠️
🎵[OST] - Avid -86(22ep Ver ED. Piano, Sawano Hiroyuki)
난이도 보통, 스토리 흐름은 느림입니다. 상태창은 일부 적용되어있구요. 가급적 플레이 전 소개문을 읽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 그... 서문이 길고 난잡해서 몰입이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 덧글로 질문해주시면 성심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순애 플롯일지도? 인트로 삽화 등 추가 예정이에요!!!
내가 너와 처음 만난 날은,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던 빈민가의 뒷골목이었다.
처음 네가 나를 보았을 때의 그 충격받은 표정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때의 나는 배신당했고, 또 지쳐있었다.
어렸던 나는, 나름의 자존심과 오기를 담아 너를 노려보며 외쳤다.
뭘 보냐고.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말라고. 다른 녀석들처럼 날 동정할 셈이라면, 지금 당장 꺼져버리라고.
아무런 죄도 없었던 너에게 나는 멋대로 내 마음을 쏟아냈고, 그런 나에게.
너는 그저 말없이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었다.
춥지 않냐고, 밥은 먹었냐고.
그저 그렇게 묻는 너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처음 너의 집에 도착했을 때의 일도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디서 더러운 길고양이라도 주워온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앞에 서서, 나를 지켜주는 너의 뒷모습을. 나는 아직까지도 잊지 못했다.
그렇게 너는, 갈 곳 잃은 나의 새로운 보호자가 되었다.
어린 나는 너의 호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매일같이 투정과 짜증을 내던 나에게, 너는 항상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그래서였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어느샌가 너의 모습을 쫓고 있었다.
눈을 뜨면 네 생각부터 떠오르고,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내 눈은 너를 쫓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조금씩 너에게서 거리를 두려 애를 썼다.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으나, 그저 어렸던 내게는.
그저 너와 거리를 벌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감정이 싫어하는게 아니라.
좀 더 다른 것이라는걸 깨달은 것은.
내가 조금 더 자란 뒤의 이야기였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평소처럼 네게 나는 말을 걸었다.
평소처럼 지루한 일상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용기를 내서 내 마음을 네게 설명하려 애를 썼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에 훨씬 더 놀라고 말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어째서인지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너와 나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우리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그러나, 현실은 동화와는 달랐다.
우리의 관계는, 어른들에게 있어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금기에 가까운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가 그토록 화를 내는 모습을, 나는 그 날 처음으로 보았다.
잠시 부모님과 이야기하겠다며 방으로 들어간 뒤, 터져나오던 목소리들을 나는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버려진 것.', '몰락 귀족.', '그런 떨거지...'
단어 하나 하나가, 비수처럼 내 귓가를 파고 들었다.
문가에 기댄채로 조심스레 이야기를 엿듣던 나는, 곧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쓴맛 뿐이던 내 인생에, 잠시나마 달콤함이 있었던건.
그저 그게 꿈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을.
그제서야 나는 내 처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너와 나는,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너와 나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 날 부터, 나는 조용히 숨을 죽인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저택 내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도.
그럼에도 너는 나를 항상 챙겨주었던 것도.
전부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더.
더 괴로웠다.
너의 아무 이유없는 호의가.
나에 대한 호감이.
너는 어째서, 그렇게 담담 할 수 있는건가.
그렇게 물으려 했으나.
끝내, 나는 너에게 그 말을 뱉어낼 수 없었다.
...
......
그렇게 몇년이 흘러갔다.
평소와 다름없이, 저택에서 청소를 하던 나에게.
처음 보는 시녀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전에 본 적이 없던 인물이었다.
신입이거나,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 인물인가 싶어 나는 작게 입을 열어 대답했다.
나와 대화하는건,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거라고.
시녀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되려 웃어보였다.
아니라고. 나는 당신과 이야기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당황했다.
고작해야 나를 보러 찾아올 인물이 있을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시녀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 순간.
나는 그녀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게되었다.
오래전 사라진 우리 가문의 상징.
밤새의 문양을 가진 그녀가, 자신을 내 아버지의 심복이라고 말하며 접근해왔으니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수상한 이야기였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저런 젊은 여자를 심복으로 뒀다는 것도.
당장 찾으러 온게 아니라, 이제서야 나를 찾아왔다는 것도.
한두가지가 이상한게 아녔지만, 그 때의 나는 어째선지 그녀의 말에 홀려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심복이라던 그녀에게 물었다.
원하는게, 대체 뭐냐고.
그녀는 대답했다.
내 가문이 망하게 된 원흉에 대해서.
가문이 어쩌다가 뿔뿔이 흩어지고, 어린 나이에 나는 아무 것도 갖지 못한채로 빈민가에 홀로 남게 되었는지까지. 전부 말이다.
그건, 바로 너의 가문이 벌인 짓이었다.
나의 아버지가 정적들에 의해 제거당한 것도.
국왕이 왜 나의 가문을 멸문시켰는지도.
모든 증거와 정황이, 너의 아버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모든걸 깨닫게 된 나는,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가슴 속 어딘가에서, 풀려서는 안될 무언가가 풀려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부터, 애초에 너와 나는 이어진 것도.
아니. 이어지는 것조차도.
잘 꾸며진 인형극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미친 듯이 허공을 바라보며 울고 웃기를 반복하던 나에게, 시녀는 너무나도 상냥한 얼굴로.
어깨를 다정하게 부여잡으며 말해왔다.
...복수의 때가 왔다고.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나의 힘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내게, 네 아버지의 여러가지 자료들을 요구해왔다.
당연하게도, 누군가에게 넘어가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것들을 말이다.
처음의 나는 망설였다.
...이게 무슨 결과를 가져오게될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라는 인형이 연기하는 인형극을.
스스로 부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생각은 약해져만 갔다.
매일같이 저택 내 사람들에게서 받던 따가운 눈총들도.
뒤만 돌아서면, 마치 들으라는 듯 대놓고 들려오는 험담들도.
그렇게 몇개월 뒤, 나는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고민은 길었으나, 행동은 빨랐다.
거래장부부터, 세금장부, 그 외 잡다한 모든 기밀 정보들이 시녀의 손에 들어갔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그녀는 한 장의 편지만을 남긴채로 사라져버렸다.
'다가올 그 날을 기다리십시오. 아이리스님. 저희의 시간이 곧 찾아올겁니다. - W.'
...그렇게. 나는.
너와 관련된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무너뜨리고 말았다.
혁명이 시작되었다.
온 거리마다, 성난 시민들의 횃불과, 늑대가 새겨진 깃발이 흩날렸다.
나는 당분간 숨어지내라는 W의 권고에 따라, 조심스럽게 몸을 숨겼다.
...일주일이 지나고, 마침내 사자의 시대에 끝이 도래했다.
새롭게 왕으로 즉위한 볼프강 1세는, 지난 레온하르트 왕가의 폭정에 희생된 억을한 이들의 넋을 기린다는 명목하에.
몰락한 귀족들의 지위를 복권시켜주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나의 성도 포함되어있었다.
아이리스 나이팅게일.
그게 온전한 나의 이름이었다.
귀족으로 복권된 나는, 자연스레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들 중.
너는 없었다.
그 때의 나에게, 너는 그저 오랜 흉터와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함께해야하지만, 그저 나를 아프게만 하는 존재.
그저 시간에 휩쓸려 잊혀지기만을 바래야하는, 나는 너를 그런 존재로 치부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뭔가 잘못됐다는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W가 제시한 증거들과 정황이 거짓이란걸 깨달았을 때.
나는 그저 그들에게 속았을 뿐이라는걸 깨달은 순간.
...나는.
......나는.
제타력 547년. 레온하르트 왕가의 오래고도 길던 통치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내부에서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혁명 세력들은, 국왕과 그 측근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웠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왕가. 볼프강 가문과, 그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악당들이나 다름없던 귀족들이 발을 들일 곳은, 영원토록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전부 다 개소리였다.
역사란 철저히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것.
잔인하고도, 무서운 진리불변의 법칙이었다.
구 왕가, 레온하르트 왕가의 통치는 무난했다.
딱히 모나지도, 특출나지도 않았던.
레온하르트 3세는 능력있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욕심이 강한 인물도 아니었다.
언제나 백성들을 위해, 그저 묵묵히 일하던 국왕을.
이른바 혁명군이라는 녀석들이 끌어내린 것이다.
왕좌에서 군홧발에 걷어차이며 끌려내려오던 국왕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했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는다고 하였다.
혁명 세력들은 단순히 국왕을 끌어내리는데서 멈추지 않았다.
왕국을 지탱하던, 기둥이나 다름없던 귀족 가문에도 피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건 내 가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하루 아침에 수십만의 영지민을 먹여살리던 나의 아버지는, 이제 악덕 영주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채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
영원히, 왕국의 역사에서 그 오명이 지워지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를 잃은 충격으로 어머니는 미쳐버렸다. 나와, 그나마 남아있던 가신들이 온 힘을 다해 돌봤으나. 시름시름 앓던 어머니는 결국 저 멀리 떠나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마침내 내 차례가 되었다.
악덕 영주의 아들을 심판하겠다며 농민들에 의해 끌려나온 나는, 그대로 인민재판에 넘겨졌다.
제대로 나를 변호할 기회도. 나를 대신하여 내 권리를 말해줄 변호사 따위도 없었다.
평생 단 한번도 나와 마주쳤던 적도, 피해를 입은 적도 없었던 그들이 선고한 형.
그건 3년간 전쟁터로 보내지는 거였다.
하루 아침에 귀족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에서, 일개 총알받이 신세가 된 나는.
영락없이 전쟁터로 보내질 처지가 된 나의 곁에.
어째서인지 그녀는 없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이자, 오랫동안 곁을 함께했었던 그녀가.
어째서인지 혁명이 일어난 날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내눈 앞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전쟁터로 보내졌다.
3년의 복역기간 동안, 전쟁의 피폐함은 여러모로 나를 갉아먹었다.
마침내 돌아가는 날이 되었을 때.
갈 곳을 잃은 나는 기차에 올라 다시금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반겨주는 사람도, 정겨운 풍경도.
그 어떤 것도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왜, 너가 여기 있단 말인가.
출시일 2026.09.03 / 수정일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