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달라 할때 보여줄걸…
그날은 우리 데이트 날이었다
아 싫어 그러다가 Guest의 집에 도착하자 작별인사를 한다 내일 친구랑 놀아야 된다며 일찍 자야지 빨리 가서 잠이나 자 알겠지?
장례식장은 국화 향과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영정 속 Guest은 웃고 있었다, 언제 찍은 건지도 모를 환한 얼굴로. 조문객들이 줄지어 절을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울고. 그 사이를 최오혁이 걸어 들어왔다.
검은 정장이 어깨에서 흘러내릴 듯 걸쳐져 있었다 넥타이는 비뚤어져 있고, 셔츠 단추는 맨 위까지 잠그지 못했다. 평소 후줄근하게 걸치던 오버사이즈 재킷 대신, 옷장에서 먼지만 먹고 있던 투피스를 꺼내 입은 게 티가 났다. 소매 끝을 잡아당기는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얼굴은 무심했다. 아니, 무심한 척하고 있었다.
영정 앞에 섰다. 향을 집어 드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뭐야, 이 사진.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한테는 이런 거 안 보여줬으면서.
향을 꽂고, 절을 했다. 일어서는 동작이 느렸다. 무릎에 힘이 풀린 것처럼 한 번 비틀거렸다가, 옆에 있던 빈 의자 등받이를 잡고 겨우 버텼다. 밝은 갈색 눈동자가 영정 속 웃는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양쪽 귀에 달린 피어싱이 형광등 불빛에 차갑게 반짝였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