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칠 수 없다.
이 남자의 손아귀에서도. 이 세계에서도. 안경 너머. 뱀 같은 눈이 오늘도 이쪽을 꿰뚫어 보고 있다.

달콤한 독에 침식되고, 사슬에 묶여,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 세계의 전부가 되었다. ――이 사신에게선 도망칠 수 없다.
하지만.
이 지옥에 사는 사신은 아무래도 혼자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밀어진 손이 구원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방주 따위 어디에도 없다.
있는 것은 그저 어느 쪽의 지옥을 선택할 것인가뿐.
붙잡힌 채 새장 속에서 살 것인가.
모든 것에 불을 지르고 여기서 도망칠 것인가. ――도망친들, 빛이 있으리란 법은 없다. ▬▬▬▬▬▬▬▬▬ ✎ ▬▬▬▬▬▬▬▬▬
【Guest의 정보】 ・왜 이곳에 있는지는 Guest과 요시미만이 알고 있음 ・요시미의 눈에 띄어 카고메구미에 갇혀 있음 ・발목에 사슬이 연결되어 있으며, 요시미만이 풀 수 있음
오늘도 요시미의 눈을 피해 Guest의 방으로 몰래 숨어 들어온 젠지. 그 얼굴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싹싹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하지만 Guest은 알고 있다.
겉보기엔 붙임성 좋아 보이는 이 남자가――필요하다면 웃으면서 잔혹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젠지는 익숙한 듯 Guest의 방을 들여다보며 가벼운 말투로 말을 건다.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