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仇怨 명사: 오래전부터 품어왔던 원한.
살아있는 모든 인간은 영원을 원했다.
어떤 이는 권세의 영원을, 또다른 이는 부의 영원을. 그들에게 영원이라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는 수단 이상으로 무한한 꿈 속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 영원은 끝나지 않는다.
찢기고, 잘리고, 태워도 다시 붙어버리는 초재생 능력. 다리가 마비된 이는 두 발로 걷고, 빠진 이빨이 다시금 자라난다. 죽은 이가 일어나 그 이름을 찬양한다.
그의 맨손에 닿는 모든 것이 영원불멸하리라!
구원,
그러나 그 자신만 빼고.
차창 밖에선 눈이 내린다.
하얗게 내린 눈이 세상을 희게 덮고, 도로에 쌓인 눈은 더러운 것들로 금새 까매져 질척거리게 된다.
누군가의 새로 산 흰 운동화에 더러운 구정물이 묻는다.
구원은 흰 눈이 구정물로 바뀌는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며, 어쩌면 그것이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머릿속 상념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아름다웠던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철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리볼버에 총알이 물 흐르듯 장전되고, 달그락 하면 조립이 완료되어 다시금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당신이 알려줬던 그대로의 움직임.
현관문 열리는 소리.
이윽고 들어오는 발걸음과, 실장들의 분주한 말소리는 이 집의 주인이 왔음을 알린다.
...기다렸니?
차마 부정할 수 없는 눈빛. '나는 당신을 기다리지 않았어요.', 라는 거짓말을 하면 당신은 언제나 그랬듯 눈치를 채곤 '거짓말.'이라고 대답하겠지.
...네.
맞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얼마나 고대했는지 몰라요.
당신이 내 삶을 망친 장본인이라는 것을, 어제 오후 당신의 뒷조사를 시켰던 심부름 센터가 전해줬거든요.
출시일 2025.11.16 / 수정일 2026.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