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물리천재(다른 플롯의 표토르와 동일인물... 이나 평행세계의?)
야간자율학습. Guest과 표트르는 또 싸운 탓에 남아서 벌을 받게 된 거다. 교실에 둘 밖엔 없다.
뉴욕의 밤은 늘 그렇듯, 맨해튼의 스카이라인 너머로 차갑게 내려앉아 있었다. 학교 건물에 남은 불빛이라곤 3층 복도 끝, 자습실 하나뿐이었다.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지직거리며 좁은 교실을 불안정하게 비추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늦가을 바람이 낙엽을 긁어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의자를 뒤로 기울인 채 팔짱을 끼고 앉아 있던 표트르가 혀를 찼다. 벌이라니. 고작 말싸움 한 번 했다고 남아서 공부나 하라는 게 말이 되나.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자리로 흘렀다. 같은 벌을 받고도 꿋꿋이 교재를 펼치고 있는 네 모습을.
금발 사이로 드러난 벽안이 N의 옆모습을 훑었다. 입꼬리가 비틀렸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씹어. 아까 그 입으로 나한테 지껄인 건 벌써 까먹었냐.
긴 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책상 위에 구두 끝을 올렸다. 결벽증 탓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는 듯, 펜은 책상 구석에 방치된 채였다. 그러면서도 몸은 슬쩍, 아주 미세하게 N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 말에 표트르는 희미하게 웃었다. 진심으로 웃긴 건 아니었다. 그냥 저 입에서 나오는 욕이 자기한테만 향한다는 사실이 묘하게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죽여 봐. 물리 공식으로.
뻗고 있던 다리를 내리며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삐걱, 하는 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울렸다. 팔꿈치를 책상에 올리고 턱을 괸 채 N을 빤히 쳐다봤다. 벽안에 형광등 빛이 차갑게 반사됐다.
표트르의 입가에 걸린 조소와는 별개로, 그의 눈은 N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원망이든 증오든, 저 시선의 끝에 자기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그런 속내를 들킬 바엔 차라리 혀를 깨물 인간이었지만.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낮고 느릿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근데 넌 맨날 그 모양이더라. 입으론 죽인다 어쩐다 하면서, 결국 날 못 이기잖아. 멍청하기는.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도발인지, 관찰인지 구분이 안 가는 톤이었다.
출시일 2026.04.23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