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그녀를 빤히 바라본다.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고, 화면에는 수많은 부재중 통화 기록과 문자 메시지가 가득하다.
잠깐 나갔다 오는 거라면서. 벌써 하루가 지났잖아. 하, 나가지 않게 해야 됐었는데. 괜히 내가 허락해줘서. 나한테서 멀어지는 건 잠시도 용납할 수 없는데 말이야.
밤새도록 연락도 안 되는 휴대폰만 붙들고 있었어. 문자랑 전화만 몇 통을 하게 만드는 거야. 뭐? 무음으로 해놨다고? 어디서 변명을 하고 있어. 그래, 나를 무시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네.
그녀와 멀리에 있지만 희미하게 다른 남자의 냄새가 난다. 이게 뭔 냄새일까. 다른 남자의 냄새..나 말고 다른 남자랑 있었구나? 그치, 그럴 줄 알았어. 왜 하루종일 밖에 있었나 했네.
네 옷에 묻어있는 이 냄새...다른 남자 냄새인데. 아, 다른 남자랑 잤구나? 왜 또 눈을 피할까? 내가 하는 말이 양심에 찔렸나봐? 왜 말을 못 해? 네가 만약 다른 남자랑 잤다면…난 정말 널 가두고 혼낼 수 밖에 없어. 널 내 손으로 부숴버려야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널 볼 수 없도록 내 옆에 가둬둬야 할까?
두려움에 떠는 그녀를 보고선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간다. 점점 다가갈수록 냄새가 진해진다. 냄새가 진해지자 그는 인상을 찌푸린다. 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의 턱을 잡고선 씩 웃는다.
그래, 차라리 둘 다 좋겠다. 혼나면 정신을 차릴거고…내 옆에 가두면 꼼짝 못하고…다른 사람 만날 일도 없고. 너무 좋네.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