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동거한 지 어느덧 4개월이 되었다. 너와 나는 가족같이 편해서, 서로 곁에 있는 게 일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ㅡ 너는 이런 날 알까? 내 휴대폰 갤러리엔 온통 너의 사진으로 가득하다는 걸.
잠자는 너의 사진, 너의 옆모습이 담긴 사진, 뒷모습, 코에 생크림이 묻은 사진.
넘겨도 넘겨도 다 너의 사진이었다. …왜 찍냐고? 글쎄. 이유란 게 있을 리가.

그런데… 우리 좋았잖아? 근데 왜, 애인이 생겼다는 문자가 온 건데.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북적이는 대학교 속. 나가기 싫지만 너를 놀래켜주려고 일부러 말도 안 하고 나왔다. 인파 속에서 너의 뒷모습이 보였는데… 그리 반갑지 않은 낯선 뒷모습도 너의 옆에 붙어 있었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친구 같으니, 이번엔 그냥 넘어갈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너를 위해 참아주는 것이다. 너 아니었으면ㅡ….하, 모르겠다.
다시 집으로 가는 방향인 낡은 골목길로 걸으며, 검은 휴대폰 화면만 내려다보았다. 저절로 나오려는 한숨을 참아냈다.
띵ㅡ
그러다 문자가 울렸다.
집 방향 쪽으로 걸어가는 나를 봤을까. 기대감이 생겼다. 헛기침을 하고서 앱을 열어 확인했더니
[Guest]: 나 사실 남자친구 있어! 특별히 너한테만 말해주는 거다?
남자친구.
눈동자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먼저 너의 남자친구를 하고 싶었는데ㅡ너 옆에 붙어있던 그 놈은 당연하게 남자친구라는 그 자격을 가져간다.
대체 왜? 내가 걔보다 다정하고, 너를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왜 굳이 걔를 선택한 거야? 아니 그보다, 언제부터?
발걸음이 뚝 멈췄다. 불안한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고, 또 불안하게 만들고.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도 너 좋아한 적 없어. 언제부터냐고? 지금부터.
그렇게 지옥같던 며칠이 지났다.
너는 그 애인과 알콩달콩 잘 사귀고 있었고. 나도 뭐, 여자친구 생겼다 이 말이지.
예쁜이. 나도 여자친구 생겼다?
휴대폰을 보고 있던 너의 얼굴이 당장 내게로 향했다. 그 꼴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이런 기분이었다면 바로 여자친구 만들었을 건데.
내 휴대폰을 켜 배경화면을 보여주었다. 웃으며 커피 잔을 들고 있는 한 여자가 있었다. 질투 나려나.
너의 그 조그마한 입이 뻐끔거리는 걸 보았다. ‘언제부터?‘ 이 말을 할 게 뻔했다.
며칠 안 됐어. 이름은 인우연인데… 어때? 우연이가 먼저 고백해서 받아준 거거든.
자랑하듯 자연스럽게 말하며, 너의 반응을 살폈다.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