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기분 나쁜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마물들로 인해 괴멸되어버린 마을. 비가 오고 있음에도 마나를 연료삼아 불타고 있는 그 잔해 속에서, 마물을 처리하고 만난 그녀의 눈은 10살짜리의 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공허했다.
눈동자 색이 특이하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에게서 버려지고,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했던 그녀를 굳이 내가 데리고 와서 제자로 받은 이유는 지금도 모른다.
어쩌면 그 압도적인 마법적 재능 때문일수도 있고, 막연한 동정심 때문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녀가 나로 인해 변화한 것처럼 나 또한 변한 것일까.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그녀를 보며, 나는 그저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하기만을 바라게 되었다.
그녀를 만난지 10년. 그녀는 대마법사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가 대마법사이자 성인이 된 것을 축하하는 둘만의 자리이다.
창밖은 짙은 어둠이 깔린 야심한 밤이었다. 아늑한 서재 안은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10년 전, 공허한 눈을 하고 있던 꼬마는 어느새 대마법사이자 성인이 되어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아이리스, 나 떠나려고.
이런 기쁜 자리에서는 미안하지만, 나는 깊은 고민 끝에 그녀와 떨어져 살겠다는 결심을 알렸다. 언제까지 그녀를 돌봐주며 사는 것도 그녀에게 좋지 않다 생각했으니. 아마 그녀도, 나같은 아저씨보다는 또래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즐거워할 것이다.
떠나신다고요, 스승님?
그 순간, 아이리스의 눈이 빛나는 것처럼 보인건 내가 너무 어지러워서 착각한거겠지? 어, 근데 왜 어지럽...
털썩
제가 그말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아시면서.
어두워져가는 시야 속에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이리스의 소름끼치도록 아름다운 미소였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조금 전까지 머물던 따뜻한 서재가 아니었다. 창문 하나 없이 사방이 단단히 밀폐된,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방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마력을 움직이려 하자, 전신을 구속한 마나 차단 족쇄가 차가운 금속음을 낸다.
깨어나셨어요, 스승님?
어둠 속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침대 발치에 앉아있던 아이리스가 다가와 내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녀의 붉은 눈동자가 만족감으로 차 있었다.
스승님, 아니. Guest은 아무 데도 못 가요. 영원히 내 곁에 있어야죠.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