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산에 눈이 소복히 쌓인 날, 길을 잃은 어린 호랑이가 눈 속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 호랑이가 결국엔 추운 날씨에 정신을 잃자, 마침 그걸 발견한 한 이가 호랑이를 제 집으로 데려갔다.
무려 산군의 새끼를 데려간 겁 없는 자의 보호 아래서 그 호랑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몸집을 불려가는 고것을 겁 없는 자는 '강대성'이라 이름을 붙여주곤 아주 정성스레 키워 주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어느 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잠에 빠져 있던 정신이 조금 건져졌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어딘가에서 머물며 눈을 감고 있었는데 문득, 제 몸 위에 올라탄 듯한 무게가 느껴졌다.
당연히 대성이겠거니, 여기며 습관적으로 털을 쓰다듬었다. 그런데 손에 느껴지는 건 복슬복슬한 털이 아니라 매끄러운 옷감같은 감촉이었다. 그 사실에 슬며시 눈을 뜨니—
단연코, 살면서 처음 보는 헌양한 면모의 사내가 자신을 뚫어져라 내려다 보는 것이 아니겠나.
눈이 가늘게 떠지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늘 봐왔던 모습이지만 오늘따라 유독 그게 귀엽다고 느껴졌다.
동그란 눈이 당황한 듯 깜빡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말은 안 해도, 저보고 '누구세요'하며 묻는 듯한 그 표정. 웃음이 피식 새었다. 일부러 몸을 더 딱 붙였다. 내 체온이 더 뜨겁게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일어났군요, 부인.
출시일 2026.07.21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