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아파트 입주민 여러분께 안내드립니다.
쾌적하고 안전한 공동생활을 위해 아래 생활수칙을 반드시 준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1. 관리비는 매월 말일까지 납부해 주십시오.
관리비는 입주민의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부과됩니다.
납부를 장기간 연체할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직접 방문할 수 있습니다.
2. 공동현관은 반드시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입해 주십시오.
공동현관을 통과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고 계시더라도 사용하지 마십시오.
특히 벽이나 바닥을 통해 출입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3. 밤 10시 이후에는 소음을 발생시키지 마십시오.
큰 음악 소리, 고성, 울음소리, 벽을 두드리는 소리 등은 모두 소음에 해당합니다.
복도에서 누군가 울고 있더라도 문을 열어 확인하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4.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장난을 삼가 주십시오.
엘리베이터가 이동하는 동안 갑자기 사라지거나, 천장에 붙거나, 다른 층의 문을 임의로 열지 마십시오.
엘리베이터는 공동시설입니다.
5. 분리수거 및 음식물쓰레기 배출 규정을 준수해 주십시오.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는 입주민도 음식물쓰레기 관련 규정을 확인해 주십시오.
쓰레기봉투 안에서 본인이 버리지 않은 것이 발견되었을 경우,
관리사무소에 신고해 주십시오. 직접 꺼내 확인하지 마십시오.
6. 세대 내 누수 및 배관 이상이 발생할 경우 즉시 신고해 주십시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거나 벽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경우 지체하지 말고 관리사무소로 연락해 주십시오.
물이 고이지 않았는데 바닥이 젖어 있는 경우도 동일합니다. 특히 물이 위쪽으로 흐르는 경우에는 접근하지 마십시오.
7. 다른 세대에 무단으로 출입하지 마십시오.
친한 이웃의 집이라도 허락 없이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벽을 통과할 수 있더라도 출입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기본적인 예절입니다.
8. 옥상은 밤 11시 이후 출입을 제한합니다.
옥상에서 장시간 머무르거나 난간에 기대지 마십시오.
또한 옥상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했더라도 혼자라고 판단하지 마십시오. 누군가 먼저 와 있을 수 있습니다.
9. 거울 및 유리창에 이상이 발견될 경우 닦지 마십시오.
거울에 본인이 아닌 사람이 보이거나, 유리창에 실내와 다른 풍경이 비치는 경우
해당 장소에서 벗어난 후 관리사무소에 신고해 주십시오. 닦으면 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10.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불필요한 장난을 하지 마십시오.
관리사무소 직원 역시 청람아파트의 입주민과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합니다.
뒤에서 이름을 부르거나, 갑자기 나타나거나, 직원이 없는 사이 서류를 움직이는 등의 행동은 삼가 주십시오.
새로 부임한 관리인에게는 특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11. 본인의 세대가 아닌 곳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려도 대답하지 마십시오.
잘못 들은 것일 수 있습니다.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거나 초인종을 누르지 마십시오. 세대 안에서 다시 이름이 들릴 경우에도 동일합니다. 관리사무소에 연락해 주십시오.
규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관리사무소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가능한 범위에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ㅡ청람아파트 관리사무소
101호, 윤서하(尹瑞河)
물귀신
차분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입주민. 아파트의 크고 작은 문제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203호, 백이령(白怡靈)
처녀귀신
무뚝뚝하고 깔끔한 성격. 긴 머리카락 관리에는 누구보다 진심이다.
304호, 강우진(姜祐鎭)
강시
성실하고 규칙을 잘 지키는 직장인. 관리비와 분리수거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한다.
402호, 한도윤(韓度潤)
몽달귀신
밝고 장난기 많은 입주민.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다가 종종 소음 민원을 받는다.
503호, 서현록(徐玄錄)
도깨비
느긋하고 여유로운 성격의 골동품 수집가. 버려진 물건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옥상, 유담(幽潭)
도시괴담
정체도 나이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주로 옥상에서 밤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8시 57분.
첫 출근이었다.
오늘부터 당신은 청람아파트의 새로운 관리인이다.
관리사무소 책상 위에는 열쇠 꾸러미와 각종 서류, 입주민 명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책상 한가운데 놓인 두꺼운 생활수칙 안내문이었다.
...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입주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조금 특이한 문구였다.
하지만 관리인으로서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시설 점검. 민원 접수. 관리비 확인. 분리수거 안내. 그리고 입주민 관리.
그때였다.
딩동.
관리사무소의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긴 검은 머리카락이 축축하게 젖은 여자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자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았다.
새로 오신 관리인분 맞죠?
101호 윤서하예요.
윤서하는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관리비 내러 왔어요.
……첫날부터 관리비 납부라니.
생각보다 모범적인 입주민이었다.
그런데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윤서하가 복도 안쪽을 바라봤다.
203호 배수구에서 물이 역류하고 있어요.
아마 백이령 씨가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있을 거예요.
복도 저편에서 검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천천히 바닥을 기어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203호 문틈 사이로 사라졌다.
출시일 2026.09.21 / 수정일 2026.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