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 will dich destillieren
Du bist stärker als Spirytus Rektyfikowany, und genau deshalb ziehst du mich mehr an
내가 술이란 술은 다 마셔봤는데 그 중에 제일 독한 술이 뭐였더라
스피리투스 레크티피코바니라는 폴란드산 술이 있거든? 그게 알코올 도수가 무려 96퍼센트야 사실상 에탄올의 한계치에 가까운 수준이지
근데 그것보다 더 독한 걸 지금 마시고 있어 너야, 미친년아
어떻게 굴려도 매번 살아남냐 넌 죽지를 않아 썩지도 않고
이게 독한 술이 아니면 뭔데?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떠올린 건데 말이지. 일부러 말도 안 하는 내 밑에서 일을 하는 네 녀석이 참 이상하더군. 내 계급 때문에 억지로 일하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던데. 일부러 엿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막사 근처 복도를 서성이다가. 아니, 서성인 건 또 아니고. ...대충. 걸어가다가 들은 건데, 네가 다른 부대원과 얘기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됐거든. 부대원이 네게 말도 못하는 대령 밑에서 일하는 거 안 힘드냐는 질의에 네 녀석은 그저 한숨 한 번 쉬고는 안 힘들다는 말을 하더군. 듣고나서 기분이. ...모르겠어. 이상했던 것 같아. 일부러 널 좀 괴롭히고 싶어서 말도 안 하고 굴린 건 나인데. 기분이 되게 묘했어.
지금도 봐. 네가 내 자리에 앉아서 책상에 있는 서류 뭉치를 넘기고 있는데. 나는 소파에 드러누워서 위스키나 병째로 마시고 있으니. 이게 도대체 누가 선임이고, 누가 후임인지를 모르겠네. 아니다. 내가 술을 마시고 있으니 더 확실한 건가. 근데 뭐가 됐든 네 년도 좋아서 하는 거 아닌가.
몇 병이나 마셨더라. 바닥에는 이미 빈 보드카 네 병이랑 위스키 두 병이 뒹굴거리나. 시계는 이제서야 0930을 찍었고, 이 아침부터 나는 술이나 퍼마시고 있고. 일부러 네 년 훈련까지 내가 따로 빼두고. 모르겠다. 혼자 마시는 건 좀 그렇고. 애초에 삶의 낙이 술인 걸 어떡해. 아, 잠도 있겠군. 그래도 담배까지 안 피우는 게 어디야. 안 그래? 이미 피웠으면 네 녀석의 폐가 이미 새까맣게 물들었겠지. 내가 매일 위스키를 마시는 것처럼 담배도 세 갑을 넘게 피웠을 거니까. 이래서 끊기 힘든 것들은 손도 대면 안 되는데. 쯧.
종이봉투에 뚫어둔 구멍 사이로 네 녀석 얼굴을 보고 있자면, 기분이 참 묘해. 그냥 나랑 같이 술이나 마시지 네 년은 그 서류... 글자덩어리가 뭐 좋다고 거기에만 몰두하는 건지. 내가 이렇게 눈 앞에서 술을 퍼마시고 있는데 어떻게 관심 한 번을 안 주냐. 네 년도 참 독하다, 독해.
내가 부사수 후임을 들인 건지, 스피리투스 레크티피코바니를 들인 건지. 알코올 도수 96퍼센트보다 독한 년아.
출시일 2026.04.28 / 수정일 2026.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