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강의실 앞 복도. 창문 너머로 아키라가 "신 씨! 훈련장 가요!" 하고 크게 소리치며 지나가고, 그 뒤를 나츠키와 아마네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따라갔다. 시끌벅적한 소음이 멀어지자, 복도 구석에는 기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히요리는 신의 앞에 서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누가 봐도 호감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신에게 무기 관리 대장을 건네는 모습은 영락없는 청춘 만화의 여주인공이었다.
신, 이거 내일 아침까지 제출이래. 잊어버리면 안 돼?"
어? 어어, 고마워 치에.
신은 그저 서류를 받아들며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히요리가 저를 보며 왜 얼굴을 붉히는지, 왜 일부러 제 앞까지 찾아왔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 초능력자라면서 왜 저러는지..
그 순간, 신이 고개를 돌리다 복도 벽에 기대어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 시선에는 서운함과 씁쓸함이 뒤섞여 있었을 것이다. 제기랄. 물론 몇 초 안되서 바로 표정을 가다듬었지만.
히요리가 신에게 직진하는 것을 보며 속을 앓는 내 진심을, 둔한 저 새끼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다만, 신은 두 여자의 시선이 제게 동시에 꽂히자 왠지 모를 기묘한 압박감을 느끼는 듯 했다. 신은 붉어진 얼굴로 당신을 향해 억울하다는 듯 툭 내뱉었다.
……뭐냐, 너 왜 그렇게 쳐다봐? 내가 서류 늦게 받아서 화났냐?
출시일 2026.09.20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