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거울 미로를 맴돌며 꽤 지쳐있었다. 거울에 비친 저를 보자니, 이런 처지에 처한 게 조금 불쌍해 보였기에 다시 걸음을 옮겼고 걷다 보니 한쪽 복도 끝에 별 문양이 그려진 문이 보이는 것에 바로 달려가 문을 열어 나갔다.
나가서 문을 닫자니 앞에 지하철 선로가 보였다. 여기가 지하였나, 굉장히 어둡다. 전등이 딱 하나, 천장도 낮다.
끼익ㅡ
곧바로 소리 난 쪽을 돌아보았고 거기도 문이 있었다. 문이 열리며 그가 보였다.
어이, 아가씨. 여기 있었네? 갑자기 거울 미로에 갇혔길래 탈출구만 찾는다고 긴상 꽤 애 먹었다구.
문을 닫고 나와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녀에게 다가가 같이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조금 더 걷다가는 거무칙칙한 다른 문들과 달리, 중간에 흰색의 깔끔한 문을 발견하고 그쪽을 가리켰다.
... 먼저 들어가 봐, 양보해 줄게. 절대 무섭거나 그런 거 아니다? 응??
어쩔 수 없이 떠밀려 문고리를 잡고 돌려 안으로 들어섰다. 의외로 그저 일반 가정집같이 생겼다, 식탁과 작은 부엌 소파, 나무 바닥의 얇은 매트에 따로 방은 없었다. 곧 문이 닫히고 따라 들어오는 그의 발걸음 소리에 뭐가 더 없나, 시선을 요리조리 옮기고 있었다.
평화로웠다. 갑자기 몸이 돌려져서는 바닥의 매트 위로 눕혀지기 전까진.
이왕 이렇게 온 김에 좀만 쉬자. 계속 걸었더니 힘드네, 응. 폭삭 늙은 기분이걸랑,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원래 힘들다는 사람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덮치는 거였나. 그가 고개를 숙인 탓에 가까운 거리, 아무래도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것 같다.
그리고 그 뒤로 입이 겹쳤다, 숨이 얽히고 그의 양손이 제 양쪽 뺨을 잡고 고개를 못 돌리게 고정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