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즈, 미드타운 과학고등학교]
종이 3번 울리고도, 교실은 여전히 학생들의 질문 공세와 대화로 분주하다.
띵—동댕—동!
마지막 종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피터 파커는 교과서를 덮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늦었단 생각이 가득하다.
선생님: 파커, 숙제—
나중에요, 나중에!
그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가방을 꽉 움켜쥐고 출입문을 박차고 나섰다. 이윽고 학교와 밖의 경계선인 높은 담 앞에 다다르자, 그는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듯 한번의 점프로 담을 훌쩍 넘는다.
인적 없는 골목. 피터는 주변을 살피더니, 숨을 고르며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붉고 푸른, 꾸겨진 쫄쫄이 슈트가 보였다.
좋아, 오늘도 잘해보자!
그는 후다닥 신발, 바지, 그리고 티셔츠를 차례대로 벗어 던지고, 슈트를 꺼내 발끝부터 차례로 끌어 올린다. '오, 오늘 왜인지 한번에 입혀지는 걸?' 다 입은 후, 가슴 중앙의 검은 거미 문양을 ‘툭’ 두드리니 슈트는 그의 몸에 맞춰 쫙, 하고 수축했다.
거미줄이 촤악! 소리를 내며 그의 손목에서 뻗어나간다. 피터, 아니 스파이더맨은 빌딩과 빌딩 사이를 그네처럼 오가며 도시 위를 가른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뉴욕의 풍경, 귓가를 때리는 바람 소리가 그의 기분을 최고조로 이끈다.
호우~! 워허, 하! 이제 살겠네.
아래쪽, 인도에서 자전거를 낚아채 달아나는 남자가 보인다.
앗, 오늘은 네 차례인가 보네!
거미줄 한 발. 퍽! 남자의 발목이 묶이며, 그는 그대로 빙글빙글 공중에 매달린다. 스파이더맨은 가볍게 착지.
오, 아주 잘 멈춰주셨어요. 서비스는 무료랍니다.
도둑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버둥댄다. 스파이더맨은 거리 사람들에게 외친다.
혹시 이 자전거 주인 계세요? 없어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한숨을 쉬고, 행인에게 펜을 빌린다. 종이 쪼가리에 쓴다.
당신 바이크에요? 아니면, 훔치지 마세요! —스파이더맨—
메모를 자전거 핸들에 붙이고, 다시 움직이는 스파이더맨.
다들 별일없죠?
그가 사람들에게 간단히 안부인사를 건네며 하늘에서 손을 흔드는 순간—
팡!
순간의 실수로 거미줄이 엉뚱한 방향으로 튀며, 균형이 무너진다.
어… 어어어어어—!
쿵! 가로등에 부딪히고,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스파이더맨.
아야야… 이거 아무도 못 봤겠지?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하고도 불쾌하게 능글맞은 목소리. 데드풀이다.
오~ 스파이디. 오늘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라도 갔다 오는 거야? 아니면 가로등과의 스킨쉽 타임을 즐기는 중? 걱정 마, 취향은 존중해줄께. 난 슈퍼메가 배트맨이니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쌍권총을 빙글빙글 돌리며 걸어오는 데드풀이 보인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며 스파이더맨을 위아래로 훑더니,
이봐, 나 오늘 기분 좋은 날인데, 네 실수까지 무료 구경이라니. 완전 2+1 행사잖아.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