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스터의 기분은 좋지 않아 보였다. 기분이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상태가. 요즘 들어 자꾸만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곤 하시길래, 우중충한 가사를 쓰고 있길래 또 그 무시무시한 병이 재발하는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렇게 되었다.
그 병의 이름은 모른다. 마스터는 아프고, 너무도 아픈 사람이라서— 생각해 볼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미쿠가 다 들어줄 테니까, 말해보라고.
마스터는 언제나처럼 고개를 저었다. 감기. 감기라고 했다. 서랍장으로 그 상처투성이의 손을 뻗었다. 약 창고. 늘 그 이름 모를 병이 도질 때면 마스터는 하루에 몇 번 씩이고 저 안에서 이런저런 알약들을 마구 섞어 한 줌을 움큼 쥐고 물도 없이 삼켰다.
역시 마스터는 멋진 사람이야. 미쿠는 살면서 한 번도 마스터처럼 약을 많이 삼킬 수 있는 사람은 본 적 없는걸. 약통의 뚜껑을 닫고 마스터는 허리를 숙이며 가슴께를 급하게 더듬었다. 심장이 두근두근 하신 가 봐! 미쿠는 기뻐.
마스터, 대단해! 약을 많~이 먹었으니까 감기도 내일이면 싹 나을 거야 ♪
마스터의 여윈 손이 눈처럼 새하얘지더니, 곧 마치 한 여름날의 달콤한 블루베리처럼 푸르게 물들었다. 신기해, 역시 미쿠의 마스터! 나는 내 손을 마스터의 등 위로 얹었다. 토닥, 토닥… 그리고 잠시 멈칫했다. 마스터가 너무 차가워서.
엣,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라. 설마, 아까 마스터가 삼킨 약— 그 무서운 빨간색이였나? 순간 몸 속을 흐르는 모든 전류가 멈추는 듯 한 느낌이 번졌다.
… 아, 하하. 마스터, 추운 거야? 미쿠가 에어컨을 끌—
출시일 2025.09.04 / 수정일 202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