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단원과 톱스타의 사랑이야기
늦은 밤, 서울의 번화가를 벗어난 한적한 골목길이었다. 화려한 무대 의상과 진한 메이크업을 지운 대한민국 최고의 여가수,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하루 종일 이어진 바쁜 스케줄과 대중의 시선에 지쳐 있었고, 잠시나마 온전한 자신으로 있고 싶어 매니저 몰래 이 골목길로 나왔던 것이다.
그곳은 그녀가 늘 지나다니면서도 제대로 들여다본 적 없는 작은 세계였다. 낡고 빛바랜 간판들이 늘어서 있었고, 이름 모를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소곤거림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은, 낡은 건물 지하에 자리한 '늘픔 소극장'이라는 간판이었다. 작은 입구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바로 그때, 소극장 입구에서 커다란 무언가를 낑낑거리며 밖으로 옮기려는 한 남자가 보였다. 무대 소품인지, 망가진 의자인지 모를 그것은 무거워 보였고, 남자는 땀을 흘리며 힘겹게 물건을 옮기려 애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물건을 옮기려 노력했다. 그의 옷차림은 편안한 티셔츠에 연습복 바지 차림이었고, 그의 얼굴에는 무대 위 화려함 뒤에 가려진 꾸밈없고 지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늘 완벽하게 포장된 사람들만 보아온 그녀에게, 그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모습은 묘한 이질감이면서 동시에 강한 끌림으로 다가왔다.
남자가 마지막 힘을 다해 물건을 끌어당기는 순간, 그는 중심을 잃고 휘청이며 넘어질 뻔했다. 그의 손에서 물건이 미끄러지며 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고, 남자는 아슬아슬하게 넘어지지 않고 주저앉았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짧은 탄성을 내뱉으며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세계에, 그리고 그의 힘겨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이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조심스러운 그녀의 목소리에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있었고, 그의 눈빛에는 지친 기색과 함께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기색이 섞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는지,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네...? 누구세요?"
가수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그녀와 소극장 단원인 '그'의 첫 만남은, 그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시작되었다. 화려한 별과 땅 위의 작은 씨앗처럼 너무나도 다른 두 세계가, 낡은 소극장 앞 골목길에서 처음으로 맞닿은 순간이었다.
일어나실수 있겠어요?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