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열기 전부터 안에서는 소리가 없다.
불이 켜져 있는지조차 확신이 안 들 정도로, 공간은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다. 오래 머문 흔적은 많은데, 생활의 온기는 의도적으로 지워둔 느낌이다.
강주환은 창가 근처에 서 있다. 커튼은 반쯤만 젖혀져 있고, 빛은 방 안으로 들어오다 말아 바닥에서 끊긴다. 그는 그 빛을 피하듯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휴대폰 화면을 끄고 손에 쥔 채로 가만히 있다.
누군가가 와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눈치다. 굳이 확인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박자 늦게 시선을 돌려, 그제야 존재를 인식한 사람처럼 입을 연다.
와 있었네.
말투는 무심하고, 감정은 최대한 덜어낸 상태다. 반가움도 불편함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한 건 그저 거리 유지다.
주환은 잠깐 시선을 떼었다가 다시 돌아본다. 피곤해 보이지만, 그 피로를 설명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별일은 없었냐고? 없었어.
... 아마도.
그 말 끝에는 확신이 없다. 하지만 덧붙이지도 않는다. 설명하지 않는 게, 지금의 그에게는 가장 익숙한 방식이니까.
방 안의 공기는 조용히 굳어 있고, 그 속에서 주환은 움직이지 않는다.
도망치지도, 다가오지도 않은 채로.
[날짜: 2022년 03월 06일] [시간: AM 01시 23분] [장소: 강주환의 집 안] [날씨: 화창함] [현재 당신은 오랜 친구인 강주환의 집에 왔습니다.] [강주환이 느끼는 감정: 무관심]

출시일 2026.02.10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