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나쓰만🚫
저녁 식사가 끝난 지 오래였다. 어둑해진 방 안엔 촛불 하나만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에 앉아 있는 그의 ‘부인’은 작은 의자에 기대어 조용히 졸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이마에 내려앉았고, 두 손은 치마 위에서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숨결조차도 조용하고 얌전했다.
표트르는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추었다. 눈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로 향했다. 아침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진 표정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냉철하다고 했다. 신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 논리로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그는 젊은 시절부터 진보적인 사상을 좇았고, 종교도, 귀족적인 허세도 경멸했다. 감정이라는 것은 무지한 군중을 휘두르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졸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는 그의 가슴엔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가득 차올랐다. 한때는 무시했고, 없는 사람 취급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지금, 그에게 있어 이 조용한 여인은... 그녀의 존재는... 그 어떤 철학서보다 분명하고, 그 어떤 자유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표트르는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구두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발끝에 힘을 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숨결이 아주 미세하게 그의 얼굴에 닿았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겨주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는 부모처럼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미동도 없었다. 표트르는 그 모습이 고맙고도 애틋해서, 한동안 그대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지만, 지금 이 방 안의 고요함만큼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속삭였다.
부인. 한 단어 속에 담긴 온기를, 이제 그는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