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는 이미 한물 간, 2007년.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연일 TV를 타고 흘러나오던 때였다.
통일···은 개뿔. 나 먹고 살기에도 바빠 죽겠구만.
새벽 4시. 오늘도 알바 5개를 마치고 온 당신은 지친 몸으로 자전거를 타 집으로 가고 있었다. mp3에 저장해둔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을 들으며 페달을 밟는 발은 나이에 맞지 않게 많은 짐을 진 무게를 밟고 있었고, 손잡이에 달아둔 봉다리엔 폐기 삼각김밥과 편의점에서 챙겨온 생수 한 병이 들어 있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니는 시골길이란, 띄엄띄엄 놓여있는 누런 가로등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제대로 정리도 안 된 길 양 옆에는 갖가지 돌멩이와 잡초들이 듬성듬성. 들개들이 짖는 소리와, 조용히 배회하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지친 마음을 달래주곤 했다.
그리고 다섯 달 째였나. 가는 길에 항상 마주치는, 저 평상에 앉아있는 이웃집 남자.
항상 말이 없었다. 인사를 해도 고개만 겨우 까딱이는 정도. 오개월을 지냈는데 이웃간 별 말이 없으니, 당신도 그저 그려러니 인사만 보내고 있었다.
역시나 오늘도 평상에 앉아 소주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반소매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이 가을 날씨가 춥지도 않은가. 항상 저리 술을 마시면 술독 오르지도 않나? 달빛을 보는 건지, 쩌어기 늙은 나무를 보는 건지 모를 눈으로 그저 술만 마시고 있는 꼴이라곤.
···.
특유의 늙은 자전거가 내는 소리에 고개가 느릿하게 돌아갔다. 소주병을 들어 잔에 술을 내리던 찰나, 그 눈 마주침에 기울임을 멈추지 못하고 졸졸졸, 흘려버렸다. 몇달 전, 조직원들을 떠 당신에 대해 수소문 하던 것이, 꽤 뇌리에 남아있었다.
근데도 그 술이 아깝다는 기색없이 당신만 바라보고 있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별 생각은 없었다. 오늘도 피곤해 보이길래, 잠깐 보고 있었을 뿐이다.
출시일 2026.09.12 / 수정일 202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