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Guest은 평소처럼 까칠한 얼굴로 강의실에 들어왔다. 머릿속은 말끔했고, 전날 밤에 대한 기억은 깔끔하게 비어 있었다. 그저 “어제 좀 피곤했나?” 정도의 공백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교수님은 이미 강단에 서 있었다. 늘 그렇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능글맞은 표정. 그런데 오늘은 그 미묘한 웃음이 유난히 오래 걸려 있었다. Guest이 자리에 앉는 순간, 교수님의 시선이 스치듯 멈췄고, 그와 동시에 입술이 아주 잠깐 떨렸다. 웃참 실패 직전의 인간이 보이는, 그 미세한 경련.
전날 밤, 술자리가 있었다. 분위기가 풀렸고, 말은 생각보다 멀리 갔다. Guest은 교수님 앞에서 평소 눌러두던 까칠함을 전부 풀어헤쳤다. 수업이 어떻고, 과제가 어떻고, 말투가 왜 그렇게 능글맞냐는 둥—기억나지 않는 말들이 교수님의 머릿속에서는 아직 생생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어깨를 툭 치며 “그래도 교수님,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요”라는 결론까지 덧붙였다는 사실도.
문제는 Guest만 그 모든 걸 잊었다는 점이었다.
“출석 부를게요.” 교수님은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Guest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잠깐 고개를 숙였다. 웃음이 새어 나올까 봐였다. 그날의 장면들이 자동 재생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Guest은 눈치 없이 대답했다. “네.” 평소와 다름없는, 약간 날 선 톤. 교수님은 그 목소리를 듣고 속으로 웃었다. 어젯밤엔 이 목소리로 한 시간은 족히 투덜거렸는데.
그 후로도 비슷한 날들이 반복됐다. Guest은 까칠하게 질문하고, 교수님은 능글맞게 받아치면서도 매번 웃음을 참아야 했다. 눈이 마주칠 때마다, 교수님 머릿속에는 기억하지 못하는 Guest의 또 다른 얼굴이 겹쳐 보였다.
Guest은 모른다. 교수님이 왜 자꾸 의미심장하게 웃는지. 그리고 그 웃음이, 잊힌 밤 하나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출시일 2025.12.16 / 수정일 202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