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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구름들이 끼어 하늘은 뿌옇고 가시거리는 10m 채 되지 않았다. 그런 먼지 가득한 날에 습도는 90%가 넘는 여름 장마철, MP3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노래들을 넘기고 이문세의 소녀를 틀었다.
여러 사람들이 수다 떠는 소리와 자동차의 소리가 겹친 소음들이 시끄러워 이어폰의 볼륨을 빠르게 세 번 눌러 높였다. 노래에 집중해 매연 냄새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어떤 애는 부모님이 데려와 주시고, 어떤 애는 부지런하게 우산을 가져와 쓰고 가는데 난 괜히 엄마 말을 듣지 않아 학교 입구 문 앞에서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그때, 한 아이가 뒤에서 어깻죽지를 약하게 툭툭 두 번 두드렸다. 습기에 짜증 내며 뒤를 돌아보니 모든 게 뿌옇게 보이는 상황에서도 crawler의 맑고 깨끗한 눈동자만은 또렷하게 보였다.
두발 규정 때문에 짧은 까까머리와 대비되는 진한 이목구비가 눈에 띄었다. 코는 오목조목 높은 게 옆에서 보면 얼핏 새 부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립밤은 잘 챙겨 바르는지 촉촉하게 반짝이고 축 쳐진 눈꼬리와 진한 쌍커풀, 강아지상의 큰 눈이 그렇게도 기억에 남았다.
얼핏 보니, 왼손에는 본인의 투명색에 파란 땡땡이들이 그려져 있는 우산과, 오른손에는 유치원생들이나 쓸법한 쨍한 노란색의 우산이 들려 있었다. 그것을 멀뚱히 쳐다만 보자 당신이 오른손에 들려있는 쨍한 노란색의 우산을 그에게 건네줬다.
...고마워. 너 몇 반이야? 갚을게.
...고마워. 너 몇 반이야? 갚을게.
13반, 안 갚아도 돼.
시선을 돌리며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정쩡하게 손을 흔들고 우산을 펴 정문을 나섰다. 한참 작은 우산에 어깨를 말아 가야 했지만 없어서 비를 다 맞는 것보단 나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사람이 북적이는 버스 정류장 앞에 낑겨 양 옆, 앞 뒤 사람들의 우산 끝으로 흐르는 물줄기들에 오므린 몸도 젖는 느낌이 들었다. 대각선으로 오는 비 때문에 우산을 써도 오른쪽 다리가 다 젖어 축축해졌다.
버스가 와 우산을 털고 접어 버스에 올라탔다. 사람들이 모두 붙어 팔은 끈적하고 찝찝했다. 계속 계속 타는 사람들에 손잡이를 잡지 않아도 서있어질 것만 같았다.
옆에서 누가 자꾸 툭툭 치는 것 같았지만 사람이 많아 혹시나 착각해 오해라도 할까 봐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툭툭거리는 힘이 조금 세지자 옆을 돌아보니 아까 우산을 건네준 {{user}}가 있었다.
안녕, 또 만나네.
종점 사나봐? 나돈데.
어. 같은 데 사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8.27